상상하는 소설가가 되어보렵니다

아흔일곱 번째 밤

by 숨결
상상하는 소설가가 되어보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살고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이 글을 쓰는 일과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고, 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혼자만의 만족으로라도 글을 쓰면서 살고 싶습니다.


작가라는건 어떤걸까요

출판과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요즘 내가 생각하는 작가라는건 어떤건지 정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글을 쓰며 살아가기만 하면 작가라고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스물 초입에서 서른이 되기 전까지가 아마 그랬을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책을 출간하면 작가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습니다. 서른이 되었을 때 즈음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모았던 글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책을 만든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등단이란걸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거라며 10년동안 공모전에 출품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등단하지 못하는 작은 상과 돈을 주면 등단을 시켜주겠다는 의심스럽게 달콤 쌉싸름한 유혹이었습니다. 그리고 유혹을 버린 나에게 남은 것은 작가의 꿈을 포기하는 법이었습니다. 그냥 즐겁게 글이나 쓰며 살기로 한 꿈을 잃은 자유였습니다.


그렇게 글쓰는 한량이 된 저는 수많은 책을 잃고, 수많은 독자들을 만나다 알게 되었답니다.

작가는 사랑받는 사람이란걸요. 사랑받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란 것을요.

그렇게 이제것 써왔던 글들을 돌아보면 나는 나의 허영과 나 자신의 위로를 위해 글을 써왔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해 달라고 고백하기 위해 글을 써오진 않았었습니다. 깨달았기에 나는 이후로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시를 쓰고 에세이를 썼습니다. 한동안은 웹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나의 일상과는 맞지 않아 그만두었지만요. 그러다 나의 글쓰기에 대한 갈증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음을 또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험속의 보물을 하나씩 발견하는 기쁨이란 정말.

나의 이야기로 에세이를 쓰고 생각과 감정을 시로서 적는 것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역시 내 가슴 속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옵니다. 왜냐하면 저는 스스로를 미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똑똑하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습니다. 평균보다도 작은 키에 가난하기까지 합니다. 인생에 있어 드라마틱한 성공도 없었고, 수 많은 실패를 겪으며 살아왔건만 무용담처럼 늘어놓을만한 그럴싸한 실패담은 없어보입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그런 스스로의 처지를 잘 알아왔던 것인지 저는 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닌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되어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너무나 오래 미뤄왔습니다.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수백 수천의 주인공들은 나조차도 잊어버리며 살아왔습니다. 허상으로 태어나 망각으로 잊혀진 쓸쓸하고 불쌍한 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속에서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잊혀진 이야기를 거름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경이로움 속에서 나는 숨가쁘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K

수 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어쩌면 당신과 내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우리가 사랑의 끝으로 향하는 미지의 탐험가가 되는 이야기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잊은 만큼 그 이야기를 소설로 만드는 순서는 한참 뒤로 밀려져 있겠지만요. 다만,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만들어낸 어떤 따뜻하고 행복한 소설 한 편이 완성된다면 당신도 꼭 그 이야기를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미련도 그리움도 아닌 마음으로서


우리가 이 세상에 흩뿌렸던 사랑이 한 권의 소설을 잉태하는 씨앗이 되었다는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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