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흔적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밤

by 숨결
그리움의 흔적을 쓸어내리며






오늘로 나의 그리움에는 마침표를 찍습니다 K.

절절했던 그리움이었고 억지로 만들어진 그리움이기도 했던 나의 그리움이었습니다.

사랑은 그리움을 남겼건만 그리움 뒤로 남은 것은 무엇도 없어 허무한 기분입니다. 결승선이 없는 결승점에 나홀로 당도해버린 기분입니다.


사랑의 끝에서 느끼는 허무란게 이런 것이었군요.

당신과 헤어질 당시에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이제서야 느끼게 되었습니다. 헤어짐에서는 상실에서 비롯한 아픔을 느꼈으니 사랑했던 살점이 떨어져 나간 아픔을 허무하다곤 하지 못하겠네요. 어쨋든 나는 드디어 당신과의 사랑의 종말을 쟁취했습니다. 백 번의 밤을 적어 보내기 위해 나는 육백번의 달뜬 밤을 보냈고 그토록 궁금했던 그리움의 끝에 대한 허무한 답을 얻었습니다.


텅 비어버린 허무함은 아닙니다.

이별의 아픔이 낸 깊게 파인 상처에 새살이 돋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자 만족하고 기쁘면서도 이것이 원래의 모습일 뿐이었는데. 흉터자국이 남은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것 뿐이라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허무함입니다. 결국 그리움은 어떤 행위로든, 얼마만큼의 시간으로든 지워내고 잊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나는 그리움을 탁탁 털어내고, 바닥에 떨어져 남겨진 흔적을 쓸어내봅니다.

어느 산사의 스님이 마당을 쓸듯 너무 빨리 쓸어 먼지가 날리지 않게, 너무 천천히 쓸어 그리움이 빗자루결을 따라 남아있지 않게 쓸어봅니다. 어느 한 구석으로 몰아 쌓은 남은 그리움들을 주워담아 마음의 마당에서 걷어내 어느 산자락에 흩뿌리며 나즈막히 읊조립니다.


'잘가라. 내 그리움들아.'



K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내 마음에 남았던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그리움에 작별을 고합니다.


그대여 안녕.


떠나는 인사는 미련처럼 끌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나는 이제 뒤돌아서 걸어가겠습니다.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지 않고 언덕을 넘고 모퉁이를 지나 떠납니다.


그리움이여 안녕.


그대여. 그대를 위했던 그리움이여

드디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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