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번째 밤
그리움을 보관하는 방법
K
당신을 향했던 지난 그리움의 여정으로 되돌아가봅니다
2년 이란 시간은 지나올 때는 금방이었는데 뒤를 돌아 출발점을 살펴보려니 깜깜하게 보이지 않는 점이 되어 있습니다. 참 멀리서부터 걸어왔구나 싶어집니다.
그리움의 시작은 아픔이었고 지독하게도 깊은 슬픔이었습니다. 그 뒤로 미움과 서러움. 혼란을 거쳐 평온과 진취를 징검다리처럼 건너오다 어느덧 강을 건너와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작점에서 어쩌면 너무나 잘못된 선택과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합니다. 그리움의 출발선에서 막연하게 그런 기대를 가졌었습니다. 오래된 그리움 역시 그 종착점은 깊어지는 사랑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일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걸어갈 방향을 잡는 나침반을 잘못 보고 먼 길을 돌아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시작점이 아닌 여정의 중간 갈림길에서 목적지에서 벗어나 도망친 결과를 맞닥들인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어떻든 지금의 나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움은 사랑이라는 나무에게서 부러져 떨어진 가지입니다.
폭풍우가 불어서든 번개가 내리쳐서였든 부러져 떨어진 가지는 뿌리와 줄기로부터 더 이상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채 애써 맺어둔 잎과 꽃과 열매가 말라가며 부스러질 슬픈 존재입니다. 그리움은 사랑을 이어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랑의 파편인 것입니다.
아프게도 당신의 사랑을 먹고 자란 나의 사랑은 당신과의 헤어짐으로 부러져 떨어져 내렸고, 나는 아둔하게도 가지에 달린 잎과 열매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거라 믿어버렸지요. 잎이 떨어져 내리고 열매가 썩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하며 나의 사랑은 메말라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외면해 왔던 것입니다.
K
오래된 그리움을 손에 쥐어보니 한참이나 바짝말라 부러지고 부스러집니다. 이제는 사랑이라 부를 수 없이 바람과 땅에 실려 흩어져 사라집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잊고 새로운 가지를 내뻗고 새순을 틔워내야함을 알게됩니다.
늦은 후회라서 아쉽고 서글프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의 그리움을 잘못된 방법으로 소중히 여기느라 예뻣던 모습이 지워진 것이 아쉬워집니다.
이럴줄 알았다면 부러져 떨어진 그리움 가지 어디 예쁜 화병에라도 꽂아두었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