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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 먹자 골목과 젠트리피케이션_#2

논현역 사거리의 성장

by 숨결

#1_논현 영동시장, 먹자골목의 성장 또는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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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역 1,2번 출구에서 신논현역 3번출구에 이르는 먹자골목은 서브상권으로서는 최적의 위치라 볼 수 있다. 강남상권과 신사상권의 중간에 위치해 강남의 대표적 상권에서는 밀려 있지만 여기서 발생되는 대규모의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지리적 이점만큼은 명확히 보유하고 있다.

이 천혜의 위치에 전통적인 영동시장과 백종원 골목으로 유명한 논현 먹자골목이 자리잡으면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서브 상권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는 잔인하다.

한신포차를 필두로 논현 먹자골목의 골목브랜딩을 선두해온 백종원의 이름은 먹자골목에서 사라졌다.

현재 논현 먹자골목에는 한신포차와 본가 본점 두 곳만이 남았을 뿐 유명세를 따라 들어온 상권의 번화함은 인근 점포들의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고 이와 더불어 강남 오피스 상권의 확장은 이를 가속화 시키는데에 큰 역할을 맡았다.


이전까지의 먹자골목은 서브상권의 분위기에 맞춰 '저렴하고, 친숙한' 메뉴가 주를 이루며 고되고 지친 현대인들의 쓰린 속을 부담스럽지 않게 해소해주는 곳이었고, 백종원 대표는 이를 현대화 시키는데 일조했다 볼 수 있다. 아직도 그 흔적은 영동시장 골목의 순대국집들과 5000원짜리 삽겹살 집, 골뱅이탕 집 등등이 유지를 시키고 있지만 이나마도 고개를 빼꼼히 빼어들고 두 눈을 크게 부릅떠야 찾을 수 있는 '이전 것'이 되어버렸다.

아직 그 명맥을 이어갈 신규 점포들도 상당 수 보이기는 하나 더본 코리아 본사 사거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강남의 여느 골목과 별다를 것이 없어지고 있다.

최소 3년 안에 논현역 사거리 2번출구 대로변은 고층 오피스 빌딩이 새롭게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유동인구는 여전히 많을 것이고 임대료의 상승은 쉽사리 잡히진 않을 것이다. 돈의 관점에서는 분명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 중심으로 아직 입성하지 못한 강남의 2군들과, 이 일대를 살아가던 지친 현대인들이 위로받던 공간은 추억 속으로 존재하게 될것이다.





#2_상권의 이동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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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포스팅한 내용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현상을

'문화형 젠트리피케이션'과 '자본형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누었었다.


https://brunch.co.kr/@sumgyul/11



논현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대표적인 '자본형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이다.

홍대 등지에서 일어났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상수/합정/망원/연남동 일대로 '상권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상권의 발달과 함께 인구의 유입이 활발해 진것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쉽사리 '홍대의 문화'를 떠나지 못하는 '문화'의 잔재들이 주변으로 흩부려졌기 때문이었다.

논현 일대는 이와는 다르게 순수한 자본의 확장이기 때문에 온전하게 '자본의 유입과 인구의 유입'으로만 상권의 확장이 일어난다. 이 케이스는 인접상권으로의 진출에 상당한 리스크가 뒤따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상권의 확장이 '인근으로의 확장'이 아니라 완전히 동떨어진 '신규상권으로의 이동'이 발생되기 때문이다.(예-성수동 상권의 생성)


현재 먹자골목가 자리잡은 블럭의 상권확장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이젠 블럭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물색해야 하는데 유력한 후보지는 3,4번 출구와 5,6번 출구 방면이다.


5,6번 출구는 기존의 골목상권이 어느정도는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대형 오피스 빌딩이 자리잡고 있고 신사역 상권에서 확장된 상권들이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고급 음식점과 나름의 특색있는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 블럭은 '신사상권의 확장'이 이미 진행된 곳인데에다 어느정도 자리잡은 상권이리 때문에 이미 적지 않은 임대료 상승이 일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논현 먹자골목의 확장이 새롭게 시작되기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남은 것은 3,4번 출구인데 지리적으로는 신논현에서 뻗어나온 상권의 연장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기존의 금융, 의료관련 상권이 자리잡은 곳인데에다가 대로변의 신규 오피스 상권 또한 진행되고 있는데 블럭내의 상권은 확실히 자리잡지 못했다. 즉, 주변 상권의 확장이 최종적으로 맞물리는 유일한 블럭이라 볼 수 있는 곳이다.


당장에도 그 낌새는 시작되고 있다. 낙후된 요식업 점포와 네일,미용 점포가 난립해 있던 블럭에 하나씩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논현 3,4번 블럭의 대표적인 시설들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도쉐프'

선술집 '김숙수'

갤러리카페 '띠그레블랑코'

디저트카페'갸또드보야쥬'

한우전문점'칠백식당'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마블스테이크'


들을 손에 꼽아볼 수 있다. 이들 가게들은 이미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상당히 '핫한' 가게들로 낙후 상권이나 다름없는 이 지역의 상권을 선도하는 선두주자 입장에 있다.






#3_신규상권이 가져야만하는 과제_골목상권 브랜딩


새로운 상권이 생긴다는 것은 그것이 설령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어쩔수 없는 확장이라 하더라도 그 지역이 가지는 고유의 '문화'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문화'가 없는 상권은 순수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브랜딩 되지 못한 점포들의 끊임없는 창/폐업이 이뤄지는 돈의 연결고리 역할만을 수행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다.

많은 정보지들이 신규 골목상권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 것으로 착각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했다.(보통은 부동산 업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또는 지역 문화계 터줏대감들)

이는 골목의 컨셉이나 문화를 '브랜딩'하는 누군가가 존재했음을 의미 하는 것으로 '어쩌다보니'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나의 가게'에 문화를 들여놓는 것은 나만을 위한 브랜딩 작업으로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그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골목상권 브랜딩을 공공의 목적으로 진행해야 함을 숙명적 과제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명심하라. 문화가 없는 상권은 그저 아무런 힘이 없는 '돈의 노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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