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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_01

지금 아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적어도 사랑만큼은

by 숨결




너를 이해하려 했고

너라는 사람을 분석해보려 애를 썼고

나름대로 관계의 법칙을 세우려 했어


그럴수록 나는

이기적이고 멋대로구는

너를 언제고 어떤 나쁜일에서라도

내 곁에 둘 수 있다는

거짓된 사람으로 스스로 만들어갔지



몰랐어



밤하늘에 비친 내 거짓된 모습이

이리도 추하고 가사로와 보일줄은



몰랐어



지금처럼 너와 마주앉아

눈을 바라보고

작은 손을 감싸쥐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속삭이고

부끄러운 입맞춤으로

스며들듯 물들어가는 내가 사랑스러워질 줄이야










P1010231.JPG

<자전거 길에서>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적어도 사랑만큼은







화 한번 내는적 없었고, 마주할때면 다정하기 그지 없었다.

지켜보단 사람들은 사랑스럽고, 잘 어울린다 종종 말하곤 했다


그렇게 딱히 '나쁜남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남자는 아니었다.

겉으로만 '좋은남자'의 조건을 채워두고 스스로 '좋은사람'이라 칭할뿐

결국 나는 너에게 좋은사람이지 못했다.


나는

지독히도 이기적이었지만 이해심이 많은 척 값싼 혀놀림에 능했고

게으름의 표상이었지만 연락조차 받지 못할만큼 하는 일 없이 바빠야 했다

사랑한단 말은 내 옆자리에 너를 채워두기 위한 간편한 안전장치였다


네가 어떤 말에 기분나빠하는지 기억해두었고 어떤 말에 기뻐하는지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다

화가 나있을 너에게 어떤 변명을 할지 연락보다 한참전에 생각해 두었고

연락은 네가 지치고 지쳐 화조차 나지 않을때에서야 하게되는 하나의 알량한 무기였다


비루한 내 처지를 허망한 꿈으로 치장했고

채우지 못한 너의 마음까지도 거짓된 훗날을 기약하자 했다


너는 말했었지

홀로 느끼는 외로움보다 내 옆에 있는게 더욱 외롭다고


분명 사랑하는데 너무 힘이 든다고


그리고 난 그조차도 외면했고

모든것은 나의 이기심이 아니라 너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애꿎게도 너를 질책했다


나는 언제나 좋은남자의 태도로 너를 대했고

너는 나의 겉치레에 휘둘리며 부족한 사랑에 가슴아파했다.

그게 얼마나 너를 비참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미안하다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안할 것이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너와 나의 사랑이란것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머리속으로 탐구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가슴으로 스며들듯 닮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너를 이해시키는 말이 아니라

의미없는 한마디에도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마음이 필요했단걸 말이야


말 했었던 한마디 사랑한단 말이 중요한게 아니라

언제나 사랑한다 말해야 한다는걸 말이야


네가 나를 원하는 만큼 나도 너를 원하는것이 당연한

너의 원함을 집착이라 말하지 않을 나의 마음이 중요하단걸 말이야




미안할 수 밖에 없는건

너의 눈물을 지나고 난 한참뒤의 지금에서야

네가 아닌 너에게 나의 잘못됨을 고백하고 있음이다


알지 못함으로 너를 아프게한 무지함을

지금은 돌이킬 수 없고, 돌이켜서도 안되는 지금이다.


우리의 헤어짐은 과거의 그자리에 머물러야만 하고

너와 나는 지금의 사람에게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따름이다


아플 수 밖에 없었더라도

'조금만 덜 아프게 할걸'

홀로 되뇌이는 읊조림이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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