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언젠가 삶의 끝에 다다른다면
남겨진 아쉬움에 후회를 내뱉는 한숨 한줌보다는
그나마 조막만한 다행스러움을 손에 움켜지고 있으면 좋겠다
살아온 의미가 다행이어도 좋고
쌓아온 경험이 다행이어도 좋고
내 아이 남겨둔 세상 다행이어도 좋고
저 세상 기다리던 아비어미 만나 다행이어도 좋다
그래도 걔중에
어느 한순간도 사랑을 잃지 않았음이 다행이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던 천치더라도
반딧불 불빛만큼도 없는 어둔 세상이더라도
허무의 벼랑에 서있던 아찔한 순간이더라도
어제의 내가 사랑했음을
오늘의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내일의 내가 사랑하게 될 것임을
삶의 끝에서 돌이켜보는 내가 사랑했었음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참 다행이다
아직도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별거 아닌것 같은
오직 나의 모든것
뒤늦은 고백이지만 사실 나라는 인간은 단 한순간도 순수하게 행복했던 적이 없다.
언제나 외로움과 허무함에 점철된 인생이었다. 그 근본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유서를 쓸 정도면 천성적으로 어딘가 고장나 있는게 분명했다.
유복하거나 하하호호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족함에 시달리고 학대를 받았던 것도 아님에도 어쩜 그리 괴로워했던 것인지는 흐려진 기억덕분에라도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
혼자인 우주에서 갸날픈 별빛에 기대어 한참을 울었다
사랑이란게 어떤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외로움이 싫어 친구와 친구 그리고 친구를 만들어 나갔고 나는 언제나 밝고 유쾌한 사람이어야만 했으며 관심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덕분에 청소년기까지 내성적, 소극적이었던 삶의 방식이 성년이 되어서는 상당히 바뀔 수 있게 됨에는 크나큰 축복이라 할 수 있겠으나 훗날 이러한 모습이 사랑을 괴롭히는 못난 겉치레가 될 줄은 감히 알지못했다.
나에게 사랑이란
조금 더 특별하게 다뤄야할 나의 인간관계의 일부에 불과했다. 멍청하게도 그땐 그랬다.
사랑이란게 이토록 연약할 줄이야
사랑이란게 이토록 변덕스러울 줄이야
사랑이란게 이토록 아픈것일 줄이야
못난 사랑은 항상 상처만이 남을뿐이다
추억이란 가짜 이름의 후회를 평생토록 이고가야만 하는 것이다
널 만나기 위해 그토록 외로웠나보다
한편으로는 지나간 사랑들에 죄스러운 말이다.
온전하지 못한 미완의 부끄러운 사랑이었음을 낯두껍게도 당당히 말하는 꼴이니 말이다.
하지만 너는 지금 이순간의 나에게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이기에,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사랑이기에 부끄러움도 잊은채 외치게된다. 너는 나의 온전한 사랑이자 완전한 사랑이요 오직 사랑이다.
연극이 끝난 뒤 마로니에 공원에서 두시간이 넘게 기억도 나지 않는 수다를 나누다 나온 뜬금없는 나의 고백을 너는 수줍게도 받아주었다. 상처뿐인 사랑들에 진절머리가 나 내팽겨쳐 두었던 연애라는 것을 운명처럼 다시 시작하게 된 그날이었다.
너와의 연애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었고 지난 상처를 치유하는 첫사랑으로의 회귀였다. 아니라곤 했지만 나와의 연애가 첫 연애였던 너에게 연애를 가르치려 들고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좋았나보다. 너에게서 보이는 처음같은 연애로부터 너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곳으로 빠져들기를 원했나보다.
하나하나 다시잡아 보았다. 후회되는 나의 옛날을.
짧은 연락 하나가 너의 마음의 위안과 사랑의 지속이었음을 몰랐던 옛날이 아니도록 익숙치 않은 연락이더라도 너에게 나의 지금을 건내고 너의 지금을 궁금히 여겼다.
나의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너'가 아니라 나의 수많은 사람들 중 '오직 너'라는 신념을 만들었다.
혼자를 즐거워했던 나의 취미에 '너와 함께'가 될 수 있도록 욕심을 버릴줄 알게되었다.
그려지지 않던 함께하는 미래에 너를 세워두기 시작했다.
사랑이구나
후회를 고쳐나가니 사랑이 되었다
사랑할줄을 몰랐기에 나는 사랑을 버려둔 나의 삶을 그려왔던거로구나
사랑을 알게되고서야 사랑하는 삶을 기대하고 사랑에 기대게 된다
내가 혼자가 아님을 뒤늦게 고쳐진 사랑으로 알게되었구나
다행이다.
아직 사랑할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랑을 버렸다면 상처뿐인 사랑만을 기억했을 나에게
사랑이란건 오직 사랑임을 아직 사랑할 수 있어서 알 수 있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다음 생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한번 더 너를 사랑해도 될까?
내 삶 마지막까지의 사랑보다 더 잘해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