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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Aug 10. 2018

인연이란게 있지 않겠어?

요식업편_02_공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2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다



예전에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적이 있었다. 


"너네 연애 해봤냐? 연애도 못할거 같으면 건축도 하지 마라."


막상 이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꼰대같은 소리를 하는걸까 싶었다. 공부하는데 교수라는 사람이 연애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은 그닥 익숙하지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큰 밑바탕이 되고 있다. 


"너네가 좋아한다 어쩐다 하는 사람하나 너네를 좋아하게 설득 못하는 놈이 어떻게 너네 디자인이 좋은 것이라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겠냐. "


당시에는 이 말을 잘못 이해하고 더분히도 많은 연애를 하게되었다는....슬픈 이야기가 있지만. 아무튼!!

연애 못한다고 건축이나 설득을 못하는건 절대 아니다. 건축이나 다른 공부 잘한다고 연애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성향에 맞춰 잘하는건 잘하는 거니까. 하지만 원론적인 부분에서 접근하자면 사회생활을 하는것도, 장사를 하는것도, 연애를 하는것도 같은 맥락의 마음가짐이 필요한것은 확실하다. 






인연이란








가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씩 되묻곤한다. 

"연애할때도 그렇게 급하게 하세요?", "이거 결혼이라 생각하셔도 이렇게 하시겠어요?"라고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는건 충분히 이해를 한다. 당장의 수입이 없고 돈은 쥐고 있고 서둘러 무언갈 시작하지 않으면 당장의 내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으니까.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도 참 그지없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중 어린나이의 사람은 딱히 없다. 대부분 스물후반에서 서른초반 이상은 되어야 시작한다. 이쯤의 나이에 연애를 한다면 결혼을 생각하고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가게를 준비하는데 정보의 부족으로 잘못된 목을 잡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 속에는 '급한마음'도 다분히 포함되어있곤 한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업자가 괜찮다고 했으니 왠만큼은 되겠지.', '비싼 권리금 주고 들어갈 곳이니 괜찮은 곳이겠지.','지금 계약 안하면 안된다는데 어쩌지?'


그래. 이런사람들이 다단계 같은데 많이 빠지지....후....



사람과의 인연도 참 무서운데 가게자리와의 인연은 더 무섭다. 사람을 만나는데에는 계약서라는게 없으니 수틀리면 서둘러 끝내면 그만이고, 시간을 버렸다 정도이지 돈을 버리진 않으니까.(데이트 비용 이런걸로 따지지 마세요)반면에 가게란 것은 계약기간이 있고 들어가는데에만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왜 가게를 사람 만나는 것보다 더 생각없이 만나는걸까.


좀 극단적으로 결혼이라 생각해보자. 결혼결정을 대충대충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이래저래 재산이나 학벌 등등 조건을 맞춰 좀 빠르게 결혼하더라도 성격이 안맞거나 그 잘난 조건에 무시당해 이혼하는게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세상이다. 그래도 누구하나 바람펴서 이혼할거 아니면 합의이혼으로 협상이나 가능하지.


연애도 해볼만큼 해봤고 이제 결혼조건까지 맞춰가며, 노처녀 노총각 소리 참아가며 '괜찮은 사람'을 찾는데 가게를 찾는데는 왜그리 성급한가.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는 '난 이 장사 한번은 망해도 돼. 경험한셈 치지 뭐'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제발 부탁이니 버려줬으면한다.


장사를 시작해 나락으로 빠지는 테크트리를 아는가?

1억이 있었다. 보증금 3000에 권리금 5000. 리모델링과 집기를 사는데 2000. 거기다 이것저것 부가적인것들이 생각보다 더 들어가서 돈을 더 빌려 1000을 썼다. 이래저래 장사를 하는데 내 손에 남는게 월 2~300. 생활은 어찌어찌 되는데 가게는 낡아가고 모을 돈은 없고 이따금 큰 돈이 나갈일도 생긴다. 빚이 늘어간다. 더이상은 안될것 같아 가게를 내어 놓는다. 가게가 낡고 그닥 메리트가 없는 가게이다 보니 권리금 2000을 받고 겨우 나왔다. 1억 들여서 들어갔던 가게를 반토막이 난 5000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벌었던걸 생각해도 메꿔지지도 않는다. 다시 심기일전해 가게를 줄여 시작해본다. 뭐 다를거 있나. 같은일을 또 반복한다. 보증금으로 남은 2000만원은 남은 빚을 청산하니 그나마도 사라졌다. 2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1억이 사라졌다. 있었던돈만 사라졌으면 양반이지. 빚을 싸들고 남겨지는 일도 허다하다. 


미친게 아니라면 가게와의 연을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망하는 테크트리의 시작점에 발을 왜 내딛나.






당신을 알아가는 시간






당장 가게를 시작해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을 까먹어 갈 것 같지만 몸좀 고생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고 천천히 생각하자. 특히나 요식업을 시작하겠다 마음먹었으면 내가 하고자 하는 가게의 업종에 찾아가 머리 조아리고 사정하자. 나좀 일하게 해달라고. 나이먹고 아르바이트 하는게 창피하다고? 장사하지 마라. 당신이 사장이라도 알바보다 못한 경우 겪을일 쌓이고 쌓여있다. 적어도 아르바이트를 하는동안 내 돈은 무사히 남겨져 있고 내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비로 충당이 된다. 당신은 돈을 벌면서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분명 이런 대답도 나온다. '이 나이먹고 누가 써주나.' 그래서 말했지않나. 머리를 조아리고 사정하라고. 절박하고 배우겠다 찾아온사람 되려 좋아하는 사람 분명히 있다. 가게를 해본다면 그런 사람이 어지간한 직원 쓰는것보다 훨씬 낫다는걸 알게 될거다. 

일을 하면서도 가게자리를 알아보는건 효율도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일을 배우는 편이 훨씬 낫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요건에 충족하는 가게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기에 어차피 시간은 오래걸린다. 그 사이 아쉽게 놓친 자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 생각하자. 세상에 반이 남자고 여자인것처럼 가게자리도 많다. 결국 내 인연은 온다. 서두르다 어중간한 인연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낫다.


첨언하자면, 가게에서 일을 해봐도 운영적인 측면을 배우긴 어렵기 때문에 일을 해도 당신은 부족한 입장일것이다. 최대한 관련업종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 연애에서 썸은 오래타면 좋지 않지만 장사를 준비하는데에서 썸은 좀 오래타도 괜찮다.






특별한 인연




살아오면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일도 있는 것처럼 '이 자리가 나의 가게다'라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여기가 아니면 안될것 같은. 그래도 나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사랑을, 그 인연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지금 이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나라는 사람이 지금 장사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하고 싶다. 

똑똑한 사람은 어중간한 자리를 충분히 소문난 맛집으로 만들 수 있다. 똑똑한 사랑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완성시켜가는 것처럼. 하지만 당신은 똑똑하지가 않다. 때문에 아마도 완벽한 가게자리를 얻는게 불가능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당신은 신중하길 바라고 더 많은 준비를 했으면 한다. 부족한 자리를 채워나갈 당신의 고달픔이 조금이라도 적었으면 하기에.


괜찮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조금 천천히 준비해도. 장사는 장기전이다. 당장 사고 팔아야 하는 주식도 비트코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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