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편_08_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2
맛집과 맛의 상관관계를 따진다는 것. 민감한 문제이거니와 한편으로는 너무 주관적인 기준으로 잡히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다만, 살아온 여건상 전국 팔도의 이름난 음식은 '고급'이거나 '비싼'음식을 제외하고는 거진 먹어보았다 자부하는 것과 주관적 기준의 맛집이 도태된 적은 없다는 나름의 확신으로 이번 포스팅을 준비해본다. 그럼에도 이번 포스팅은 무조건적인 기초로 보기보단 주관적 의견이 강한것을 기반으로 읽었으면 한다.
많은 창업자들은'맛집'으로 유명해지고 싶어한다. 그래서 열심히 인스타그램도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마케팅에 돈도 많이 쓴다. 우리들도 많은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맛집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맛집이라고 하는 곳이 맛이 없었던 경험을 한번쯤은 다들 겪었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 조차도 마찬가지임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내가 가는 맛집'의 '맛'은 과연 어떠했던가. 단순히 분위기가 좋았던 곳? 비싸고 고급스러운 곳? 사람마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몇몇의 조건만으로 '맛집'을 특징지을 순 없다. 그럼 그나마 특정지었던 '오랫동안 손님이 많은 집'의 맛은 어떠했을까.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유행하는 맛집과 오래된 맛집에서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부분은 '자극'이라고 본다.
글로 설명하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긴한데, 자극이란 것이 매운맛이나 특정 향신료를 강하게 어필하는 맛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맛임에도 그 속에서 한가지 특정한 맛을 강조는 방식도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에서 하나의 포인트를 특화시킨다고나 할까. 이게 절대 나쁜것은 아니다. 오래된 맛집에서도 분명 이러한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문제는 맛을 특화시키는 과정에서 밸런스가 붕괴된다는 점에 있다. 흔히 쓰는 말로는 '맛은 있는데 깊이가 없다'가 가장 알맞은 표현일듯 하다.
한번의 방문에서 손님의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 제공하는 그 자극을 특별함으로 여기는 듯하다. 나 또한 그 자극을 즐기는 편이고 거부감을 딱히 가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깊이가 없다'라는데에는 우리 모두 반성하고 생각해봐야할 우리의 모습이 있다. 더 나은 음식을, 요리를 연구하지 않았고, 나의 손님들을 바라볼 줄 모르고, 자만에 빠져있는 우리 모습.
특색있는 음식을 만드는데는 기존의 레시피에 향신료를 더하고, 치즈를 더하고, 맵고 짜고 단맛을 그저 더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맛을 강조하려면 그 뒤를 받쳐주는 맛들의 조합 또한 바뀌기 마련이고 이는 단순히 비율이나 배합으로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맛'을 위해 단순히 설탕의 비율을 조절해서 넣는게 아니다. 단맛이라는 자극을 뒤에서 받쳐줄 풍미와 향이 필요하고, 이는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꿀이 될 수도 있고 갈은 배가 될 수도 있고 숙성시킨 청 종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의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와 손님의 평가로 결정될 문제다.
만들어본 음식을 쓰레기통에 쳐 넣어야 할지도 모르고 한달이고 몇달이고 같은 음식을 매일같이 먹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참 힘든일이다. 그런데 안하면 안된다. 당신의 목표가 십년, 이십년을 이끌어갈 '맛집'이라면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찾아가는 오래된 맛집이란 곳들은 항상 집에서 먹던 '밥반찬 같다'란 생각을 한다. 특별함 없이 지극히 평범한. 먹을때 간이 잘 배고 어느순간 비워져있는 그런 밥반찬. 깊은 맛을 내는 집들은 '우와'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다만 그 음식이 또 먹고싶어 질 뿐이더라.
맛집으로 남아주길
맛집이 되길 바라는 것은 창업자의 바람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사회적 기대를 등에 지고 있다는 부담을 자각해주길 바란다.
사실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향후 5년 10년의 계획을 세워두기가 만만치는 않다. 특정 목표라는건 보통 가지고 있으나 이를 위해 어느정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이야기다. 창업자들의 대부분이 이런 장기계획에 취약하다. 당장 1년뒤에 가게가 '번창하다' 또는 '번창해서 프렌차이즈를 시작해 떼돈벌기'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리고 이 두가지가 대표적인 '무계획'과 '계획없는 막연한 목표'의 경우다.
단기적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 때 실수가 많은 부분이 '맛'과 '메뉴'의 문제를 분석하기 보단 '마케팅'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리고 빠르게 도태되어간다. 사실상 '맛'이란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와 평가를 바탕으로 성장해가는 것인데(또는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을 통해), 이를 가장 집중해야할 시기에 가게를 알리는데만 너무 많은 노력을 쏟는다.
알리면 뭐하나. 맛이 보장되지 않은 맛집은 '한번 가보는 가게'밖에 안되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생겼으면 하는, 조심했으면 하는 맛집이 있다. 그것은 '지역맛집'
일부에 국한된 조건이지만 갖춰만 진다면 그 효과는 확실하다. 하지만 되려 어설프게 이를 벗어나려 한다면 그 악효과 또한 확실하다. 그 조건이 바로 '지역'이다. 사람들은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제주도의 맛을 원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외식을 한다면 이 동네의 명물인 가게에 갔으면한다.
지역의 명물이 없다. 없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에서 개인가게들은 '맛이 없다'라는 의심이 너무 많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왔다. 하지만 아직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동네 맛집'이 생기길 바라고 있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이라고 믿어본다.
서울이나 대도시 지역에서 개인 가게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프렌차이즈들에게 상권을 내주는 문제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본이나 마케팅의 문제에 '맛이 없다'라는 엄청난 문제를 더불어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오래토록 자리를 잡고 그 지역의 맛을 만들어나갈 시작조차 어렵게 된다.
프렌차이즈 식당을 가는 이유에는 기본적으로 '맛이 보장된다'라는 장점이 존재한다. 주방에서의 어느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같은 재료로 같은 레시피대로 만드니 한번 맛이 괜찮다 싶으면 어디에서든 믿고 가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되려 '맛있는 동네 맛집'의 존재는 크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네의 이름을 등에 업고 진정한 '맛있는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우도 한라산 볶음밥 / 망원동 티라미수 / 의정부 부대찌개 같은 골목브랜드가 성장하길 바래본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유명한 지역맛집을 대도시 번화가에 차리는것은 조심히 접근해야만한다. 전제로 언급했던것처럼 지역맛집은 '그 지역에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다른 지역에서 만든다는 것을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높아진 눈과 입맛에 손님들의 철퇴와 같은 평가를 받게 될것이다. 물론 그 지역만큼, 그 이상의 맛을 확실히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 그런데 정말 너무 많은 식당들이 왜 현지보다 못한 맛을 가지고 엄한 곳에서 가게를 차리는 이 슬픈 현실을 어떻게 해야할까.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나에게도, 그 누군가에게도 '언제나 그곳에 있는 가게'가 되길 소망한다.
너무나 빠르게 생기고 사라지는 가게들이 싫다. 서글프다. 창업자도 끊임없이 맛을 연구해가며 한자리에서 오래된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들도 매일, 매주가 아니라도 일년에 한번이든 수년만에 방문이든 언제라도 찾아가 추억하고 즐길수 있는 맛집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10년전에 갔음에도 기억나 찾아가게 되는 그런 맛집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