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편_07_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
어처구니가 없다.
방영중인 골목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외식을 나가 돈을 내고 밥을 먹었는데 맛이 없다는건 그날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할 정도로 우리들에게 큰 트러블이 될 수있다. 무엇보다 이미 먹었으니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할 밥값에 대한 아쉬움은 어쩌란말인가. 입맛에 안맞는건 이해나 하지. 그냥 맛이 없는건 반쯤 남긴 그릇위로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싶은 심정이다.
백종원씨도 인터뷰에서
"골목식당을 보는 분들은 '어떻게 저런 수준의 식당들을 섭외했을까'라며 궁금해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들은 식당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나라 대부분 식당의 현실이다. 저는 '이렇게 운영할거라면 식당하지 마세요'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또 우리 더 본 코리아 점주들도 이 방송을 좀 보고 반성하라는 취지도 있다" 라고 했다.
설마? 하겠지만 정말 많은 식당들이 '맛이 없다'
그리고 에이 설마. 하겠지만 당신의 음식도 맛이 없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아마도 다음편쯤 써내려갈 '이상한 메뉴'에 앞서, 기본적인 '음식에 대한 태도'가 글러먹었다. 나 또한 카페를 하나 기획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음식'보다는 '사업'에 치중하는 스타일이이다. 이런 방향을 정해뒀기 때문에 '요리'파트 자체를 최대한 자제하고 공간운영에 집중한다. 음식에 집중하지 않을거라면 어설프게 내놓지는 말자라는 생각때문이다.
80년대 90년대처럼 짜장면이면 무조건 맛있고 돈까스면 세상최고의 외식이던 시절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지간한 외식메뉴는 당연한듯 접하며 살아가는 시대이고 메뉴별로 각자의 '맛있다' 기준을 잡아가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요식업을 원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떤것일까
나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단가절감을 위한 재료의 문제같은걸까. 아니면 내 입맛의 문제일까. 손님으로서 내가 너무 까탈스러운 탓일까? 맛집이란 곳을 가더라도 맛이 없는 경우도 있고 몇십년 전통의 집이라도 맛이 없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럼 도대체 '맛이 있다'라는 평을 받는 식당들은 어떤곳이란걸까.
'오랫동안 손님이 많은 가게'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수는 없다. 평양냉면이 좋은 사람이 있고 함흥냉면이 좋은 사람이 있다. 함흥냉면 좋아하는 사람이 평양냉면집가서 '여기 맛없다'라고 한다고 그곳이 맛없는 가게가 되는건 아니다. 결국 내 요리를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고 그 손님들이 오랫도록 찾아오는 단골이 될 수 있는 가게가 '맛있는 가게'다.
맛있는 가게, 즉 '오래된 맛집'은 같은 메뉴를 파는 가게들과 파생되는 메뉴들의 기준이 되는 가게가 된다. 사람들의 입맛은 이를 기준으로 맛있다, 맛없다를 판가름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맛에 대한 정보의 공유가 무시무시하게 활발하고, 맛에 관련하여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나 방송에서 기준을 잡아가는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따라서 '나만 아는 가게'라는건 무의미한 세상이 되어있다.
가게를 시작했다면, 준비중이라면 이 기준 하나 만큼은 중심이 있어야한다. 아니면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사업을 할지 확실히 해야한다.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어지간하면 맛있는 음식을 많드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방향성이 다름을 알고 있으니 아쉽게 바라만 볼 뿐이다. 여기서 돈을 벌기 위한 요식사업은 '치고 빠지는 가게' 또는 '프렌차이즈'계통의 가게를 의미하는데 맛을 찾아가기 보다는 유행을 선점하고, 내가 아닌 직원을 통해 운영이 가능한 오토점포 가게를 말한다.
우리는 자칫잘못 '맛있다'의 기준과 '맛있는 가게'의 기준을 혼동한다. '유행에 따르는 맛집'이 대표적인 잘못의 예다. 핫도그, 생과일쥬스, 카스테라, 단팥빵, 식빵, 떡볶이, 철판볶음밥, 닭갈비, 스테이크 등등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유행들이 지나쳐 왔나. 고객의 입장에서야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음식들을 즐겨왔으니 손해볼건 없지만 또다시 먹고싶은 음식을 만드는 가게들이 어느순간 나도모르게 폐업해 버린 아쉬움도 많을 것이다.(한편으로는 그 유행이란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아 맛집으로 남아준 가게들이 고마움이 있다.)
유행을 따르는 음식이 절대 맛이 없는건 아니다. 맛있기 때문에 유행을 한다. 그리고 그 유행이란것이 이전에 없었거나 지금 완전히 사라져있는게 아니다. 너무 많이 생겼고 너무 많이 없어졌을 뿐이다. 그 와중에 기준이 되는 가게는 유행이 될 때 미친듯이 잘되고 유행이 안될때도 미친듯이 잘된다.
과연 나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기준이 될 가게를 만들고자 하는지부터 스스로를 다시한번 살펴봐야 할것이다.
내가 먹을 내 밥이 아니라
돈내고 먹을 음식을 만들어야지
어떤 메뉴를 선정해 장사를 시작하던간에 그 음식을 내가 먹어보지도 않고 메뉴로 내보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XX 맛이 없다. 왜냐면 그냥 내 입에 맞춰서 만들었으니까.
맛의 기준을 만들기 전에 내 기준이 올바른지, 대중적인지, 맛을 판가름할 능력이 되는지부터 알아봐야하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근데 진짜 너무하게도 이걸 안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다. 맛이 대중적이지 못 할수 있다. 근데 바꿔나가고 개선해 나가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식당주인이 무슨 세상의 중심인가. 맛의 기준인가. 왜 돈내고 먹을 음식을 그따위로 대충만들지?
특히 오피스상권 등지는 경우가 심하다. 안그래도 유리지갑이라 힘든 직장인들이 '살기 위해 먹는다'라고 하기도 한다. 음식값은 비싼데 맛이 없다. 그런데 내 직장 근처 아니면 그 짧은 점심시간에 갈 수 있는 가게가 너무 한정적이다. 딱하다 진짜.
그런 가게가 되지말자 우리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나라는 틀'을 깨야한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모두. 음식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조급함과 겁많은 모습을 버리고 내 입맛을 끌어올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자.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든 음식이 나만 맛있어하는 동떨어진 고급스러움은 아닐지 돌이켜보자.
기준이나 잣대를 지킨다는 것은 이를 정하는 것도 어렵고 지키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정하고 지켜야한다. 특히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당장 눈에 보여야하는 문제이기에 이를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야한다.
이를 위해서 나를 돌아보자.
내가 보기엔, 내가 경험하기엔. 이따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버리자.당신은 세상의 코딱지만큼도 안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잖은 경험을 거창하게 포장하며 '경험으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그건 그냥 '경험'일 뿐이다. 그 경험은 당신이 해야할 일에서 하나의 '정보'에 불과하고.
주변에도 많지 않은가. 자기가 알고있는게 최고라는 듯 말하는 사람들. 꼰대들. '내가 해봐서 알아'. '내가 하는게 맞아'. 그게 좋아보이던가? 그런데 그게 당신 모습일지도 모른다.
경험이란 것. 당신이 알아야하고 가져야할 경험은 당신의 남은 평생이 되어야한다. 이전의 경험은 앞으로를 위한 작은 거름 한줌일뿐.
NEXT. 맛을 만들어 가는 시간(까먹을까봐 적어두는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