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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Jan 17. 2019

기자를 만날때 하는 말들

법인카드로 밥값하기

일주일에 세 번, 많은 날에는 다섯 번 기자들을 만나서 밥을 먹습니다.

주로 점심을 함께 가끔 저녁도 함께 합니다. 아! 티타임을 하기도 하네요. 이때 회사는 늘 법인카드 사용을 허락합니다.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 밥을 먹으며, 가끔은 술도, 친한 기자들과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농담도 주고 받습니다. 회사 돈으로 밥을 먹으면서 대부분 맛집에서, 일인지 개인적인 말인지의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시간들은 과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닐까요?


이 시간은 미디어를 담당하는 홍보 담당자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네트워킹을 쌓고 친분을 두텁게 만들어 결정적인 순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죠. 미디어 담당이 된 초반에는 기자를 만나는 그 시간, 회사가 준 카드로 밥을 먹는 나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행위가 바로 업무적인 결과물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이죠. 깔깔대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날들은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모호해 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날에는 생각해 볼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네트워킹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너그러워 질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나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미묘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투자는 진심으로 기꺼히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초반 방향성을 잃고 고민하던 시절 원칙을 정했습니다. 우선 기자들과 만나기 전 그들의 최근 기사를 가능한 많이 살펴봅니다. 관심사를 파악하고 어떤 기사들을 주로 쓰는지를 이해하기 위함이죠.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기사거리를 내가 가지고 있는지 체크합니다. 대부분 출입 기자님들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그들이 원하는 기사의 소재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사거리를 찾아주고 회사는 알리는 목적을 달성한다면 서로가 윈윈하는 경우가 될 것입니다.


회사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날이라면 보도자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준비해 갑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나 연구개발 사연과 같은 자료에 없는 소프트한 이야기를 추가로 준비해서 기사의 크기를 키울 수 있거나 취재를 더 한 공들인 기사가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쁜 그들도 저를 만나는 시간이 헛되지 않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죠.


기자를 만날때 과연 나는 밥값을 하게 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것은 홍보담당자의 숙명 (사진=픽사베이)


처음 만나는 기자이거나 제 회사가 소속한 업계에 첫 출입을 맡은 경우라면 조금 더 큰 맥락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업계 현황, 돌아가는 이야기, 각 회사에서 사업을 꾸려가는데 겪는 고충 같은 것들이죠. 앞으로 기사를 작성해 나감에 있어 밑바탕이 될 수 있는 큰 그림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렇다고 일 얘기만 하면 자칫 식사자리가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친분을 쌓는 일은, 개인적인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다가가려 애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매우 큰 장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52시간이 법으로 재정되면서 홍보인들이 기자를 만나는 시간을 업무로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 시간들을 업무로 생각했습니다. 대기업들은 가능하면 업무시간 내에 기자 미팅을 하고, 가능한 저녁 미팅은 지양하라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녁 미팅이 있는 날에는 다음날 오후에 출근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공식적인 업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죠.


회사돈으로 밥을 먹는 다는 부담감을 완전히 내려 놓으면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경직된 자리가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즐겁게 그들이 원하는 것( 기사)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야기 한다면 밥값도 하고, 미래를 위한 관계도 쌓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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