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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Feb 20. 2019

내성적인 홍보 담당자

개인의 성향 그리고 일의 특성

고백하자면 저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습니다. 학창 시절 늘 뒷자리에 앉는 걸 좋아했고, 무언가를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혼자 있을 때도 정적인 활동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 제가 홍보 담당자가 된 지 어느덧 15년가량이 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활달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직업을 오랜 기간하고 있으니 말이죠. 일단 일을 해보니 외향적인 사람이 유리할 수도 있는 일은 언론홍보 담당자, 대외 홍보 담당자입니다. 그러나 그게 꼭 백 프로 장점만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오래 꾸준히 하는 힘, 그리고 자신의 일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니까요.


얼마 전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콰이어트>의 작가 수잔 케인의 테드 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 시대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바람직하고 좋은 가치관으로 여기고 있는데 반대로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은 좋지 않다고 어려서부터 암암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학교와 직장에서부터 선호하는 인간형은 아마도 외향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생각까지 생겨나게 됐는데, 모든 생산성과 창의성은 사교적인 장소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가진 시스템이 그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종종 조용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공격당하거나 따돌림당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사회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면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도 발생합니다.  아마 이런 것의 이유는 어릴 때부터 외향적인 것을 바람직하게 가르치는 영향은 아닐까요?
[출처] [TED 강의] 수잔 케인 :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

그녀의 강의를 듣고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암암리에 가르쳤던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좋다는 선입견을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인 아니었는지 말이죠. 실제로 홍보 담당자는 보도자료를 조사하고 쓸 때 다양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지만 그게 꼭 요란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욱이 자료를 써 내려갈 때는 차분한 분석과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저 같은 성격에 의외로 잘 맞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활발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조용하지만, 사람들과 오래되고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그게 다수가 될 수는 없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니 깊고 진실한 관계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고, 이런 관계야 말로 저에게 큰 힘을 가져다주는 진짜 네트워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저도 저의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 부단히 도 노력했습니다. 내성적인 제 성격이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고, 외향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리하게 나를 바꾸려 하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가하는 폭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리하게 말을 많이 하고, 과장해서 웃고 떠들고, 사람들에게 오버해서 다가갔던 다음 날이면 항상 불편하고 힘들고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꼭 그렇게 꾸미고 과장되게 해야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활달한 것이 저의 본모습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면 좋았겠지만 사실 그건 제가 아니니까요.


수잔 케인의 글은 그런 측면에서 저의 경험과 맞물려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내가 가진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장점을 발휘한다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녀 역시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이 '협상전문 변호'라는 직업과 맞지 않다고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혹시 스스로도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일이 맞지 않는 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수잔 케인의 테드 강의나 책 <콰이어트>를 추천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그 사이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나'다움을 잃지 않고 내 직업에서 장점을 발현하는 것. 그게 진정 행복해지는 길이자 고수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항상 궁금했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성공이 보장되는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세계를 떠나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은근한 끈기로 시작된 탐구와 저술은 7년 만에 책으로 탄생하였고, 2012년 ‘세계 지식인의 축제’인 TED콘퍼런스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한 그녀의 강연은 1,500여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한 TED의 여러 강연 중 가장 짧은 시간에 조회 수 100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네티즌의 찬사를 받았다. 산업사회의 과다경쟁이 낳은 ‘외향성 이상주의’의 부작용과 그 해법을 저자 특유의 통찰력으로 제시한 이 책 『콰이어트』는 출간 즉시 시사주간지 <타임>이 커버스토리로 다루는 등 주요 언론을 비롯한 미국사회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올해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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