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보내줄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
막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초반에는 회사의 제품의 구색을 갖추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이 말인 즉 아직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육아를 하면서 동시에 사업을 하려니 생각보다 하나를 완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자본금도 부족해 '외주'는 전문가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에만 해당되었다. 서툴지만 차근차근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덧 하나, 둘 제품이 완성되고 모양새를 갖춰나갔다. 주변인들이 도와준 덕에 크라우드 펀딩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당장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자본금이 조금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진짜 시장에서 부딪혀야 하는 일이 남았다. 이 무렵 같이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는 K가 둘째를 임신했다. 일하는 여성들은 두 번째 임신을 할 때 가장 큰 고민이 되는 일이지만 우리가 꾸리는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우리 뜻대로 미래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회사원 시절 둘째를 임신해서 배가 불렀을 때 이상하게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겸연쩍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휴직에 들어가기 전 회식을 빙자한 술자리에서 "ㅇ과장, 너 휴직 후 돌아오면 자리를 빼버린다~." 농담 아닌 농담을 우리 팀도 아닌 옆 팀 팀장한테 들은 적이 있다. 혀는 반쯤 꼬부라졌지만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나를 쳐다보았다. 발음은 이미 다 풀어져 어눌하기 짝이 없었다. 같은 부분에서 곧 출산 휴가를 들어가는 나를 위해 모인 자리였는데 도대체 그 자리에 왜 굳이 와서 저런 말을 지껄이나 싶어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김에 본심이 나온 것이었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원하게 되받아 쳐주지 않는 것이 뼛속까지 후회가 된다.
통계청의 ‘출생·사망 통계(2022년 기준, 잠정)’만 봐도 둘째를 낳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알 수 있다. 신생아 중 첫째 아이는 15만 6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4만 9000명) 가운데 62.7%를 차지한다. 첫째아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가운데 자녀가 1명인 가구의 비중이 2016년 38.8%에서 2021년 40.9%로 늘었다. 그러는 사이 2자녀 가구의 비중은 50.7%에서 48.9%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그래도 회사는 배 불러서 다닐지라도 월급이 나오고 휴직에 들어가면 수당이 나오니 그런 제도가 출산을 하고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는 고마움이 새삼스레 전해졌다. 하지만 두 번이나 출산, 육아를 위해서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주변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드는 필수적인 비용과 어쩔 수 없이 줄어드는 수입에 대한 부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둘째를 임신한 K에게 "회사를 빨리 키워서, 우리 회사에서도 육아휴직도 보내주고 유연근무를 해도 월급을 잘 주는 멋진 대표들이 되자"라고 말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