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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2. 2023

열정을 갈아 넣어야 사업이 굴러간다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대가

회사생활을 할 때는 늘 하던 일, 오랬동안 한가지 직무에서 확장하고 깊이를 만들어 가는 일이었기에 업무를 배우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15년차 정도 되니 눈감고도 외줄을 탈 수 있을 정도로 일 전체를 조망할 수도 실행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일이 풀리지 않아 힘들 때도 있었지만, 동료와 선후배들이 있었기에 모르면 물어보고 상의해가면서 규율과 절차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편리함이 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생판 낯선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큰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 하지는 않았다. 단지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시험해 보기 위한다는 마음가짐, 꾸준히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소박한 목표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면 열정과 실행력과 끈기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집요함과 고도의 몰입이 필요하며, 시장도 조망할 줄 알아야 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디테일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은 처음이라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대금을 납임하는 간단한 업무부터 홈페이지 구축, 상세페이지 제작같은  한땀한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대부분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그저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 제품이 돋보이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창업지원금을 조금 받았다곤 하지만 사업을 꾸려 나가기에는 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돈을 아끼려고 대부분의 일을 직접 해야 했다. 


홈페이지, SNS채널 등등은 당연히 자체 제작했다. 우리는 각자의 아이들이 등교한 후 컴퓨터 앞으로 출근을 했다. 구글 닥스에 그날 한달. 일주일 계획을 촘촘히 수립한 후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해야할 일들을 하나씩 타임 스케쥴대로 지워나갔다. 크라우드 펀딩이 열리는 날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며 동향을 살펴야했다. 생각보다 사업 초창기 할 일들이 많았다. 회사 다닐때 보다 훨씬 더. 회사 다니는 것이 힘들어 차선으로 사업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드는 것이 싫었다. 더 잘하고 싶고,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워킹맘에게 버티는 것 외에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싶었다. 커리어와 육아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무 자르듯 반반 일과 가정을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바쁠때는 바쁜대로, 육아가 필요할 때는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었고 대부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집에서 일을 할 때면 가끔 내 주업이 무엇인지 헷깔릴 때도 많았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아니기에 급하게 해야 할 집안 일들은 당연히 내 몫이 되었다.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작아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최대한 '소소하지만 미뤄도 되는 집안일'들이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는데, 덕분에 집안 꼬락서니가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그즈음 회사의 홍보를 잠시 대행해 주었던  여성 CEO의 말이 생각났다. "몇년 간 갈아 넣었어요." 그때 '갈아 넣었다'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할 때 들어 보지 못했던 신박한 표현이라 그런지, 그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갈아 넣어야 성과를 만들 수 있다.....갈아 넣어야지 매출을 만들 수 있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지?',  맞는 말이다. 월급쟁이로는 상상할 수 없는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력을 퍼붓고 실력도 있고 운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 순간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내가 얼마나 어려운 길로 뛰어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 보여야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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