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로만 살아보았지만 다른 길도 알고 싶습니다
40대로 접어드니 어릴 적 친구들은 두 부류로 갈렸다. 이미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한 친구, 힘들지만 워킹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 물론 결혼하지 않은 부류도 있었다. 하지만 40대로 접어드니 결혼하지 않는 친구의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30대 때와는 달리 완전히 '비혼'의 길을 선택한 것 같아 보였다.
"그래~ 현명하기도 하지.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고 일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굳이 해봐야 알다니, 바보 같지 않니?" 가끔 친구들이 모이면 결혼하지 않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넋두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 40대에 접어든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후회와 각자의 삶이 짊어지고 있는 고통은 누구나 있다는 것을....
결혼을 했지만 진작에 회사를 그만둔 친구 G가 그 무렵 제품을 론칭했다. '크라우드 펀딩'이 생겨나며 막 펀딩에서 '대박'을 치는 신박한 제품들이 등장하며 눈길을 끌던 시절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결혼 후 일을 접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친구가 개발한 제품을 구매해 줄 요량으로 론칭한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신기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받으며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데 익숙한 삶을 살아왔던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그녀의 행보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창업을 하려면 흔히들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을 수도 있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금을 활용할 수도 있어. 내 경우는 둘 다 활용했던 케이스고.." 그러면서 그녀는 다양한 제도와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즈음 휴직도 어느덧 안정된 시기에 접어들었고 슬슬 무언가를 시도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던 터였는데 "짠"하고 하고 나를 사로잡을 만큼 관심이 가는 일이 생겼다.
회사는 언젠가 나와야 하는 곳이니, 작게 시작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매출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존에 했던 '홍보'의 경력을 살려 관련 분야에 회사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15년 회사 생활 내공을 끌어올려 사업계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홍보를 대행해 주는 '대행사'라는 아이템은 신박하지도 유망하지도 않았던 모양인지 몇 번 시도한 지원서가 번번이 낙방을 했다.
그 무렵 또 다른 친구 K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다 야망을 가지고 외국으로 MBA 유학을 떠나 졸업을 하고 해외 취업을 했던 그녀이지 않나. 커리어에 올인하고 있을 것 같은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니.. 당장 연락을 해보았더니, "육아휴직 후 회사로 돌아갔더니 자리가 없어졌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돌아왔다. 외국이 우리나라보다 고용환경이 더 안 좋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내나 외국이나 '모성은 회사에서 성과를 방해하는 걸림돌일 뿐인가..'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의 통화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우리도 창업 지원금에 도전해 보자... 그럼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럼 같이 사업계획서를 써볼까.."로 뜻이 모아졌다.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업계획서를 써 내려갔다. 하나보다는 둘이 일을 추진하거나 진행하는데 속도나 방향을 잡기 수월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창업진흥원의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었다. 순진한 우리 둘은 마치 성공은 바로 눈앞에 있다는 듯 기뻐했다. 그리고 그 아이템으로 '크라우드' 펀딩까지 쭉쭉 일을 진행시켰다. 회사생활 오랜 내공이 빠른 추진력으로 진가를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