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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0. 2023

오후 1시 신데렐라는 언제 성과를 낼 수 있나요?

백수도 아닌 직장인도 아닌 무경계인의 시간

 어찌 되었건 육아휴직을 하니 숨통이 트였다. 나에게는 이 표현이 정말 딱 들어맞는 것이 회사 책상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숨만 잘 쉬어도  삶은 한결 편안해졌다. 아이들을 들쳐업고 허둥지둥 출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 서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차올랐다. 특히 아이가 학교가 끝날 무렵 하교 시간 학교 앞에 서 있는 일이 참으로 즐거웠다. 


밝고 활기차고 순수한 에너지가 넘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하교를 한다. 삐약삐약 병아리처럼 두 손을 잡고 뒤뚱뒤뚱 걸어서 교문 밖을 나오자마자 아이들은 매의 눈으로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많은 1학년 학부모가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아빠, 할머니나 할아버지, 이모가 나와 있는 가정도 있다. 간혹 태권도 학원이나 영어학원 셔틀이 아이들을 픽업해 가기도 한다. 바로 귀가하기 힘든 아이들은 돌봄 교실이라는 좋은 제도도 있다. 큰 아이 초등학교 1학년때 휴직을 쓸 수 없었던 나는  돌봄 교실 덕을 톡톡히 봤다. 돌봄에서 단짝 친구도 만들고,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한결 걱정을 덜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코로나시대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돌봄 교실을 많이 힘들어 했다. 아이는 아침에 "엄마, 나 오늘 돌봄 교실 안 가면 안 돼?"는 말과 함께 일어났다. 그 마음도 이해가 되는 것이 몇 번 돌봄 교실을 하지 않고 바로 하교를 하고 새로운 세상을 알아 버렸을 때 아이의 표정이 아직 잊혀지질 않는다. 일찍 하교를 해 엄마를 만나고 놀이터로 이동해 한바탕 놀이를 하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초등학교 저학년들. 이 놀이터의 즐거움과 기운을 흠뻑 받아보니 돌봄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히 더 힘들어졌다. 아들은 코로나 초창기 방역을 중시할 때 입학을 하다 보니 돌봄 교실에서도 계속 앉아서 정적인 활동을 해야 했다. 모든 활동들이 아들의 성향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종이에 그림을 프린트해서 작은 스티커를 붙여 그림을 꾸미는 활동을 반복하던 어느 날, 아들은 돌봄에 가기 싫다고 울었다. 그리고 그때 아들을 더 이상 돌봄 교실에 보내지 말아야겠다 생각을 했다. 어짜피 휴직도 했겠다 집에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앞날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심산이었지만 아이들이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들의 하교 시간이 1시 30분으로 빨라지자 나의 오전 시간은 금과 같았다. 무엇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놓아야 복귀 후 경제활동을 혹은 자립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우선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미션도 있었다. 작은 일도 힘이 들고 어려운 것은 의지력이 아니라 체력이 문제라는 선배의 지적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준비물 준비, 아침밥 먹이기 등등의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아이들 등원할 때 레깅스를 갈아입고 따라나섰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바로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엄마들이 육중한 내 몸을 흘겨보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우아한 레깅스 차림으로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내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달리기를 끝내고 집으로 와서 해야 할 일들을 시작한다. 아침 시간은 매우 집중이 잘 되었다. 하지만 오후 1시라는 시간은 정말 눈 깜빡하면 돌아온다 싶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그럼 하다 만 일들을 우선 접어 두고 초등학교 교문으로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아이가 하교를 하면 놀이터에서 함께 1~2시간 보내고 집으로 와 간식을 먹이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사실 아이가 잠들 때까지 뭉텅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여름방학을 맞이했는데 방학이야 말로 하루종일 엄마가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갑자기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난 그럼 언제 미래를 위한 실행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을까?" 회사에서 왜 직원들의 시간을 9 to 6로 묶어두었는지 어렴풋이 이해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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