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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0. 2023

‘사지선다 (四枝選多)’ 중 정답이 없을 때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결심

휴직 다음 날 동료에게서 "어때? 좋냐?"라는 문자가 왔을 때는 마침 녹색어머니 활동날이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녹색 조끼를 입고 깃발을 휘날리고 있던 참이었다. 아이가 등교하면서 엄마가 신호등 앞에서 녹색 어머니 활동을 하고 있자 해맑게 웃으며 반가운 척을 한다. 아이에게 얼른 인증숏을 부탁해 찍은 사진을 동료에게 전송하며 그동안 못해줘서 아쉬웠던 엄마로서의 일들을 아이에게 몰아서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아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막상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생각만큼 바쁘지는 않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한 휴직이라 그럴까? 이미 학교 적응은 끝이 났고, 하교 후 스케줄도 세팅이 되었기 때문인지 미쳐 돌아가는 일상에서 외줄을 타던 일이 적응이 되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토록 갈망하던 여유도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정해진 길을 한 단계 한 단계 따라가며 힘겹지만 남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출산 후 회사에 복직하고부터 '미묘하게 불편하다', '나와 맞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내가 할 일들을 하다 보면 턱끝까지 숨이 차올라 숨쉬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이 상황을 곰곰이 되짚어 보니 내가 나를 너무 몰라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볼 여유가 없이 그저 사회가 주어진 답안에서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을 골라 지내오다 보니 과부하 걸린 것이었다. 출산과 육아를 하며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나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젊은 이들이 아이를 낳길 거부하고 모든 워킹맘들이 힘든 것이 맞다. 그러나 더 아래 그 밑을 들여다보았을 때 스스로를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을 살겠다는 고찰이 부족했던 것이다.


여유가 생겨서일까? 그동안의 삶에어 얻어터진 상처를 반복하지 않고 싶어서일까? 적당히 여유를 부리다 복직하고 싶지 않았다. 나다운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스스로에 대한 고찰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된 것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것에는 조금의 후회도 없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성애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직장생활 중 엄마로서 할 일을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과 일을 해야만 하는 마음이 충돌하는 상황이 많았고,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나에게 화살이 되어 되돌아와 꽂히며 생채기를 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상황이 버겁지만 아이들로 인해 느끼게 된 행복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깊고 큰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커리어도 지속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생각,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휴직기간 동안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시험을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내 나이 마흔, 경험을 할 만큼 충분히 했고 나를 알기에도 적당한 시간이다. 아직 젊기 때문에 열정과 도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로 살아갈 결심!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아주 딱 좋은 나이인 것이다.


이제 주관식으로 내 삶의 방식을 고를 것이다. 사회가 주어진 정답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 말고 주관식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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