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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2. 2023

놀이터에 부모가 필요할 때

요즘 놀이터 단상

막상 아이들과의 시간이 꼭 필요해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스스로가 '헬리콥터 맘' 스타일은 절대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헬리콥터맘은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이며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나 자신에 대한 컨트롤이 잘 되어야 다른 존재(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막상 집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가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방식으로 육아를 하는 것이 편한지 알게 되는 시간도 되었다.  나는 기본적인 것들은 개입하지만 다른 것들은 아이 스스로하게 놔두고 지켜보는 스타일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하교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아이를 데리러 가다 한 학기가 지나고 어느 정도 아이가 적응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바로 옆이 놀이터이기도 했고 엄마가 나가지 않더라도 스스로 충분하게 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이후 급한 마감이 있는 업무가 끝나지 않았거나 일을 중간에 끊기 어려울 때는 몇 번 집에서 일하는 날이라도 하교 시간에 맞춰 나가지 않고 아이 혼자 집에 오게 하거나 놀이터에서 놀다 집에 들어오게 했다. 


 그러는 날이면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잘 지켜봐 주고 가끔 아이스림이나 간식도 사주기도 했다. 가끔 만났을 때 그들이 기억하는 나의 행색은 분명 전업맘의 차림이었는데 일주일에 몇 번씩 안 나가거나 계속 아이가 얻어먹고 들어오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내가 집에서 일하니 어쩌니 설명하기도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그냥 "저 엄마는 좀 게으르거나 아이에게 신경을 안 쓰는 스타일."로 비칠까 우려가 되었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약속은 아니지만 한번 도움을 받았으면 나도 한번 같은 방식으로 아이의 친구들을 대해줘야 편했다. 

 

 아이들이 혼자 놀이터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자가 함께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아직 미숙하다 보니 아이들끼리 놀다 다툼이 생기거나 다치기라도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보호자들이 함께한다. 가끔 이상한 괴담도 초등학교 반 모임이나 엄마들 모임 톡방에서 전해졌다. '자동차를 타고 온 낯선 어른 두 명이 아이에게 같이 타고 어디를 가자고 한다는 둥..' 그런 말들을 들으면 아무래도 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엄마가 나오는 무리의 아이들이 주로 몰려 놓고 혼자 나오는 아이들은 그 무리에 잘 끼지 못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한다.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만 아이 스스로 엄마가 없어 위축되어 그 무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친한 엄마들끼리 저학년 아이들의 놀잇감을 가져오면 자연스레 그것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놀게 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우리 아들은 다행히 변죽이 좋은 성격이라 그 틈에서도 잘 어울려 놀지만 그럴 때면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 무심한 엄마로 비출까 봐 엄마인 내가 신경이 쓰인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필요한 시간은 생각보다 많다. 내 아이의 기질에 따라 부모가 개입할 부분도 천차만별이지만 헬리콥터맘이 아닐지라도 어린아이들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실감 하며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에 대한 무게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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