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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2. 2023

고학년, 아웃소싱이 어려워진다?

정보력 어디까지 필요하고 얼마만큼 알아야 하는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책임에서 벗어나나 싶었지만, 고학년이 되니 조금 더 복잡한 상황에 접어들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과 사회에서 만난 나의 육아 멘토들은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아웃소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지고 낳게 된 나의 입사동기 Y는 입사 때부터 동기들 사이에서 '똑똑하고 야망이 있다'라고  알려졌다. 역시 그녀는 오랜 시간에 걸쳐 가장 핵심부서에 배치되어 빠른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소식을 전했다. 그런 그녀에게도 출산과 육아는 직장 내 성공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고, 그녀가 어떤 식으로 현명하게 대처할지도 궁금했다. 


출산휴가가 거의 끝날 무렵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한 동기들끼리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그녀는 "회사에서도 아웃소싱 시스템이 있듯, 가정에서도 확실하게 아웃소싱을 줘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사실 나는 요리도 집안일도 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로 하는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런 일들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커리어를 놓고 보았을 때, 나는 나름 괜찮은 회사들로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고는 있었지만 Y처럼 특진에 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는지 잘 모르겠던 터라 스스로에게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 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투자는 다양한 방면으로 적용이 된다. 건강, 영어와 자기계발과 같은 투자도 있지만, 에너지를 아끼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스스로 리프레시를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 역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웃소싱을 줄 수 있는 일들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효율을 높이려 애썼다. 그런데 먹고 자고 생활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아이가 고학년이 되니 학습이나 진로에서 엄마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새로운 일들이 생긴다. 그리고 이 일들은 아웃소싱을 주기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이의 재능을 관찰해 진로를 정하는 일이라든지, 적성을 개발하기 위한 학원정보, 수시로 바뀌는 입시정보에 대해서는 부모가 스스로 찾아와 아이에게 적용을 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선생님 상담이나 공개수업, 체육대회와 같은 일 년에 몇 번 없는 행사 역시 부모가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나의 큰 아이 같은 경우는 대형학원이 잘 맞지 않았고 소규모나 1대 1 코칭을 좋아했다. 그런데 회사 다닐 때는 바빠서 많이 다니는 학원이 '괜찮은가 보다..'정도의 생각으로 학원을 보냈는데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문제집을 채점해 보고 숙제풀이 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웃소싱을 준다고 해도 부모가 아이의 성취도를 확인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모르고 넘어갈 부분인 것 같았다. 이후 바쁘지만 가끔 아이와 대화를 해보고 체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꼭 입시에서 성공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부모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가이드를 주는 것은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 이후 아이게 맞는 정보를 동네 네트워킹이든 맘카페든 정보를 찾아서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그냥 따라가도록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입시 경쟁이 과열된 곳에서는 중심을 잡고 맞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다.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학습 정보가 넘쳐나는데 "대치동에서는 3년 정도 선행을 한다. 초6학년때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은 중3과정을 끝내 둔다."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정보에 대해서는 '동요' 없이 참고 사항으로 분류하고 넘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부모와 자녀의 주관일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아웃소싱을 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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