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이유
'월천선생'이 된 후 미친 듯 바빠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일이 많아지면 나눠서 일할 사람을 충원해 주지만 혼자서 이것저것 꾸려나가는 나는 그렇지 않다. 혼자서 다 해 낼 능력이 되거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받거나이다. 퇴사 후 초기에는 나를 믿고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준 클라이언트들을 거절하면 다른 일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부담감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최대한 승낙했다. 그러자 정말 회사 다닐 때와 비교도 되지 않게 바빠졌다.
이제 다시 나에게 넘어왔던 온갖 일들을 잘 나눠서 아웃소싱을 주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오래갈 수 없다고 느낄 만큼 소모되고 있었기에 묘책을 내놓은 것이다. 첫 번째 아웃소싱의 범주를 가사나 육아로 좁혀 보았다. 엉망진창인 집은 나의 정신상태를 나타낸다는 말에 너무나도 공감하기에 맑은 정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사를 아웃소싱하였다. 그전에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효율적으로 관리가 되도록 일을 잘게 쪼갠 후 남편과 아이들에게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고 어려운 것은 아웃소싱을 활용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이후 시간을 절대적으로 활용했다.
해외 클라이언트가 있었을 때는 시차 때문에 컨퍼런스콜시간이 저녁이었다. 집중해도 100% 다 이해할까 말까 한 영어였기 때문에 밤에 콜이 잡힌 날은 집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보다 사무실로 다시 출근해 일을 하는 쪽을 선택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콜이 있는 날 저녁 출근을 해 조용한 사무실에서 원격 회의를 하고 나머지일을 정리하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집중도 잘되고 좋았다. 더 좋은 것은 집에 들어오면 식구들이 모두 쌔근쌔근 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찾아보았다.
주말 아침시간 역시 가족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언제부터 각자 늦잠을 자고 할 일을 하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 시간이 되어, 상대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나는 식구들이 일어나길 기다려 밥을 차리고 티브이를 보는 낭비되는 시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일이 많을 때는 토요일 아침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남이 내려주는 맛있는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충만한 시간이었다.
나만의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한 후 일이 많은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혼자서 이것저것 해내다 보니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면 일이 몰리는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시간을 잘 쓸 수 있는 지혜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배우게 되며 또 한번 진화한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