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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2. 2023

방학을 잘 보내는 방법

여름방학, 겨울방학 그리고 봄방학까지 .. 워킹맘이 보는 초등 방학단상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6년을 지나보니 워킹맘에게는 방학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여름방학 한 달, 겨울방학 약 한달이 지나고 숨을 돌릴 때쯤 깜빡하고 대비 못한 봄방학 공격이 들어온다. 그러나 항상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을 떠올려야 한다. 위기속에서도 언제나 살 길이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방학, 누군가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이 시기는 돌봄교실이라는 좋은 제도의 덕을 톡톡히 봤다. 처음에는 방학때 혼자만 학교에 가야하는 아이가 좀 안쓰럽게도 했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돌봄 덕에 방학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심심해 하지 않고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놀 수 있으니 얼마지 모른다. 막상 방학때 함께 집에 있어보니 아침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엄마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늘어져 있는 시간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돌봄교실의 최고 장점은 점심을 제공하고 친구들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학 중 아이들에 관한 걱정 중 가장 큰 것이 아마 끼니일 것이라 생각한다. 끼니만 해결되어도 돌봄의 절반은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다 돌봄을 좋아하는건 아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하거나 맞지 않을 수 있다.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 둔 돌봄 교실의 규칙들은 저학년들이 힘든 경우도 더러 있다. 나의 경우는 딸인 큰 아이는 돌봄 교실에서 친구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단짝도 만들고 재미있게 지냈었다. 그러나 아들의 경우는 달랐다. 워낙 활동적이고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스타일인데 교실에 가만히 앉아 정적인 활동을 해야 하니 힘들어서 돌봄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당연히 방학때도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방학을 떼우기 위해 큰마음을 먹고 사설 영어학원에서 만든 영어캠프를 겨울방학동안 보낸 적도 있다. 원어민과 재미있게 율동도 배우고 다같이 놀러도 가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점심을 제공해주었다. 그래도 금액이 좀 비싸 망설였지만 영어에도 하루종일 노출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영어캠프에 아이를 보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아이는 방학 시간동안 즐겁게 보내다 돌아왔다지만 엄청난 영어지식보다는 즐거운 추억을 남긴 것에 만족해야했다. 그러기에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고학년이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혼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저학년때 보다 방학이 수월해진다. 끼니는 원격으로도 배달을 시켜줄 수 있으니 치우는 것만 잘 가르쳐 두어도 아쉬운데로 밥을 해결할 수 있다. 그래도 직장에 풀타임으로 매여 있다고 생각하면 긴 기간동안 혼자서 지내야 할 아이들이 안쓰러운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 되도록 방학때는 일을 많이 잡지 않으려고 한다. 일이 많으면 물론 내가 잘나간다는 의미지만 방학때는 스스로 일을 많이 벌이지 않고 들어오는 일들도 다행인지 아이들 방학시즌은 비수기이다. 


막상 방학동안 하루를 오롯이 보내다보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따듯한 밥을 세끼 차리고 집 정돈을 하고 아이들 학원 스케쥴을 짜고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을 신경쓰다 보면 회사 나가서 일할때가 속편하다 싶을때가 있다. 회사에 묶여서 초등학교 6년 중 3년은 방학때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했고, 나머지 3년은 사업과 프리랜서 일을 조정하며 아이들과 방학을 함께 해보았다. 그리고 둘 다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정답은 없다.  아이와 함께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도 좋지만 엄마도 엄마의 삶과 인생이 있기 때문에 엄마에게 맞는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아이는 자라면서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와 기관의 도움을 받다보면, 루틴이 정립되면 방학도 나름대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나와서 생각해보니 방학도 미리미리 대비를 한다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부모도 조금 수월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한다. 꼭 사설이 아니더라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으니 미리미리 아이의 성향에 맞는 시간을 계획해보자. 물론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이제 엄마의 역할은 많이 줄었다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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