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수업

育兒, 育我, 六我수필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by ANNA







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상상의 나래의 시발점이 된 것은 왜 아기마다 하는 짓이 똑같을까, 하는 생각에서부터였다.


아기가 강아지의 밥그릇을 엎어버리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고, 빨아서는 안 될 것을 씨익- 눈치 보더니 냉큼 빨아먹는 그런 행동들. 내가 하소연하면 모든 이들이 자기 아기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친다.


야 너두? 야 나두..!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기들 어딘가에서 교육받고 오냐며, 하는 행동들이 어쩜 이렇게 똑같냐고!


아기들은 어디에서 교육을 받을까? 아기들은 모두 엄마의 자궁 안이라는 각자의 방에서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알고 있는 걸까.


자, 이제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서 벗어나 본다. 시간도, 공간도 모두 우리의 상식 밖에서 이루어지는 서른마흔다섯 차원에 아기는 살고 있다.


엄마들은 태아를 자궁 안에서 키우지만 그 자궁은 사실 평행세계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통로가 있다. 거대한 세계다. 가끔 태동이 없을 때면 아기는 복도를 지나 아기 수업을 들으러 간다.

거긴 삼신할매도, 천사삼촌도 있다.


“자, 태어나고 나면 제일 처음 뭘 해야 할까요?”


아가들은 손을 든다.

“울어요!”


“정답!”


“자, 오늘은 뒤집기에 대해 배울 거예요. 몸을 뒤집는 거예요. 간단하죠? 근데 잘 안 될 수가 있어요. 그냥 각자 뒤집고 싶을 때 뒤집으면 된답니다!”


“엄마 아빠가 걱정하면요?”


“걱정은 그들의 몫이에요. 사실 뒤집기를 안 해도 상관없어요. 그냥 나중에 걷기를 위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기어 다니고 걷기 시작하면 세상에 많은 것들이 보일 거예요. 열심히 만져보고 먹어봐요! 아주 신기한 경험일 거예요”


“이건 이유식이라고 해요. 때로는 엄마 아빠가 맘마, 빠빠, 밥이라고도 부르네요. 태어난 지 6개월쯤 되면 먹을 거예요. 그런데 조금 빨리 먹게 되는 아기들도 있을 거예요!”


이유식의 비주얼을 보고 아기들은 웅성거린다.


“저걸 어떻게 먹어?”


“맛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빨리 먹을 수 있을까?”


“우웩.. 진짜 별론데?”


“빨리 먹고 싶으면 엄마 쭈쭈를 안 먹으면 될 것 같아. 그럼 저걸 주지 않겠어?”

아기들은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발길질을 해댄다.

“엄마, 나 오늘 열심히 공부했어! 태어나면 배운 대로 하긴 할 건데, 내 마음대로 할게! 엄마는 걱정하지도 말고 불안해하지도 마”




어쩌면 아가들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슷한 발달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자기만의 특색을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책에서는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소개하면서 아이들마다 자신이 가진 뛰어난 지능이 있고, 발달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아들을 키우는 나로서는 생후 17개월에 접어든 아기가 아직도 말문이 트이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아기들마다 먼저 습득하고 싶은 기능이 각자 다른 것 같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것들, 아이가 10살, 20살이 되면 다 잘할 것들이다. 어쩌면 아이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지점은 다들 비슷한데, 그 지점으로 가는 길이 다른 건 아닐까?


어떤 아기는 대근육 길로 먼저 진입하고

또 어떤 아기는 언어 길로 먼저 진입하고

뭐 그런 건 아닐까?


그건 아기 마음 가는 대로일 거다.

그러니 지나친 불안과 걱정은 오늘도 살짝 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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