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엄마 vs 신엄마

育兒, 育我, 六我수필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by ANNA

아기가 3개월이던 무렵, 친정엄마가 아기를 봐주러 오셨다. 나는 그날 마침 육아 휴직서를 내러 가야 했고, 그동안 시댁에서 조리를 했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엄마를 본 셈이다. 엄마는 일도 하는 데다 몸도 좋지 않아 자주 병원에 다녀야 해서 내 산후조리를 도와줄 수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주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손자가 보고 싶었는지 매일 연락이 오곤 했다. 그러다 친정엄마를 본 아가는 어찌 그리 이쁜 웃음을 짓는지. 할머니는 손자의 매력에 빠져 '나 없을 때 데리고 도망가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했다.

엄마는 언니와 나, 그리고 늦둥이 남동생을 키운 애셋 맘이다. 게다가 언니와 나는 연년생. 엄마는 독박육아러.


우리를 안고 아빠의 가게에 일도 도와주러 갔다고 한다. 아빠는 당시 자영업을 했기에 7시쯤 출근해서 밤 10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저런 스케줄에 초까탈스러운 나란 아기를 둘째로 키웠으니 내가 엄마였다면 산후우울증 걸렸을 듯)

육아난이도 높게 생긴 나의 어린시절

그래서 그럴까, 엄마가 우리를 키울 땐 예쁘긴 해도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다 손자를 보니 너무나 이쁘다고.


나도 손자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까? 하지만 지금 손자까지 생각하기엔 너무나 세월이 많이 남았다.


어쨌든 그런 애셋맘 엄마는 내가 가진 육아템들을 보고선 "세월 좋아졌다"는 말을 연신 했다.


꿀잠블랭킷을 보더니 이게 뭐냐 묻길래, 아기 가슴에 얹어주는 거라고 하니 엄마가 공감을 하며 "맞아, 아기 가슴을 눌러줘야 안정한다"라고 남편과의 온도차를 나타냈다! (남편은 무겁겠다고 했다!!)

이게 바로 꿀잠블랭킷!


그리고는 수유패드를 보더니 또 입을 벌렸다. 예전에 엄마는 거즈손수건을 대고 다녔다 한다. 나도 밤에 잘 땐 수유패드 위에 손수건을 대는데 그건 그냥 수유패드가 까끌한 느낌이라서 그런 거고, 엄마는 선택권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아마 이런 아이템도 없었을 것이다 옛날엔..

천기저귀는 말할 것도 없고.

정말 리스펙하던 옛날의 육아. 엄마는 등센서가 심한 아기를 잘 눕히는 법도 알려주고 갔다. (엄마의 꿀팁 대방출)



1. 안고 있던 아기를 내려놓을 때 가슴을 붙여서 대고 눕힌다.

... 까지 알려주었을 때 "엄마 나도 그렇게 하고 있어~ 근데 깨!" 하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더 있었다.


2. 그 자세로 5초 정도 가만히 가슴을 대고 있는다. 그러면 아기는 아직 엄마가 옆에 붙어 있는 줄 착각한다.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아기를 눕히니 그 이후로는 눈을 번쩍 뜨면서 깬 적이 없었다는 충격적이고도 좋은 소식..!

(물론 아기가 아주 어릴 때에 효과가 있다)


그렇게 엄마가 가고 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댁에서 지낼 땐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꿀팁들을 방출하지는 않으셨다. 시어머니도 프로 전업주부신데 당연히 육아 꿀팁들이 많으실 것이다.


아마도 며느리의 눈치를 보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해졌다. 아무래도 친정엄마는 너무나 편한 사이니까, 그리고 날 키우면서 느꼈을 감정들과 사용했던 방법들이니 내가 더 받아들이기 쉽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가 왜 그리 외할머니를 찾았는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가 시댁에서 아기를 키우는 데 찬성하셨다. 그 이유는 엄마한테는 온갖 짜증과 요구를 하는 딸일 테지만 시어머니께는 그렇게 못할 거라고!


맞다.

옛날 엄마와 요즘 엄마들의 세대차이는 친정엄마든 시댁엄마든 확연히 존재한다. 이를 테면 더 이상 바르지 않는 베이비파우더를 찾는다거나, 첫 이유식을 계란 노른자로 시작하는 패기라거나..


그런 사소하고도 중요한 일들로 친정엄마와 나 사이에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서 서로 한껏 틀어지고 삐지게 되지만

시어머니께는 그렇게 표현하기가 어려우니 서로 조금씩 배려하게 된다.

(혹은 배려라 읽고 서로 참을인을 새기고 있을지도)


그렇게 시어머니와 내가 주거니 받거니 아기를 주고받으며(!) 육아를 하다 보니 새삼 옛날에는 왜 장난감 없이, 에어컨 없이, 일회용 기저귀 없이, 배달 음식 없이도 아기를 키울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옛날에는 에어컨이 없어 아기가 자면 옆에서 부채질을 해 주었고, 수많은 천기저귀가 빨랫줄에 널려 있었으며, 매 끼 밥과 반찬을 해서 먹었던 시절이다. (물론 짜장면 제외)


어떻게 24시간 동안 그것들을 다 해냈던 걸까,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랬기에 우리네 어머니들, 할머니가 된 구엄마들의 손목이 지금 너덜너덜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가끔 그 모든 것을 해낸 우리 이전 세대의 어머니들도 있는데 요즘 맘들은 그것도 못하냐는 식으로 dog소리를 댓글로 다는 사람들도 있지만,(무시하시길 바란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온 마을이 아기를 함께 키워주던 시절이었다. 엄마가 기저귀를 빨러 가면 할머니가 자는 아기 곁에서 부채질을 해주었고, 엄마가 시장을 보러 가면 옆집 아주머니가 아기를 봐주기도 했다. 이모나 삼촌이 많고 함께 사는 경우도 있어 온몸으로 놀아 주었다.


그 유명한 말, 한 명의 아기를 온 마을이 키운다는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천기저귀를 빠는 일도, 이유식을 만드는 일도 내가 하는 일임에도 혼자 있을 때보다 한결 수월해졌다. 아기도 나와만 있을 때보다 할머니, 할아버지,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니 더욱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 같았다.

사실 아기와 엄마만 둘이 있다 보면 모든 것을 다 엄마가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장난감은 많아질 수밖에 없고, 각종 육아템들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바운서와 쏘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나날들

하다못해 그 작은 과즙망 하나도, 아기가 바운서에 앉아 집중해서 과즙망을 물고 빠는 동안 엄마는 손에 모터를 달고서 설거지나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요즘의 엄마들은 요즘 엄마대로 얼마나 힘들까, 싶다. 아빠들이 육아를 일정 부분 담당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요즘의 엄마들.


그러면서 옛날에는 다 하던 일을 못한다고 비난받고, 장난감 하나를 구매하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눈치 보는 요즘의 엄마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더욱 가정보육의 압박을 받는 신엄마들.


힘내라고 꼭 안아주고 싶다.

p.s 기계와 각종 육아템들은 다다익선이니 번아웃이 올 것 같다면 차라리 구매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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