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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진짜로 아줌마가 된 날
育兒, 育我, 六兒수필 스물세 번째 이야기
by
ANNA
Apr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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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하고 나서도 나는 그냥 나였다고 생각했다. 가끔 엄마의 자아, 나의 자아가 충돌하거나 분열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벼랑 끝에서 '아줌마'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 산전수전 다 겪은, 억척스러운 느낌을 주는 아줌마라는 단어.
사실 그 단어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이 변해야 함이 맞지만 나 역시 아줌마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무의식 중에 거부했나 보다.
언제까지나 '아줌마'가 아닌 '나'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물론 얼굴과 헤어와 몸매는 풀세트로 아줌마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벼랑 끝에서 떨어졌다. 진짜 아줌마가 된 것이다.
그날은 문화센터에 가는 날이었다. 나는 어김없이 아아를 한 잔 사서 유모차로 문화센터까지 슬슬 걸어갔다. 아기는 가을 햇살에 유모차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싸르르르
배가 아팠다.
그와 동시에 적신호라는 걸 깨달았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극복 완료한 줄 알았는데 이놈이 육아에 바쁜 내 상태를 보고 잠시 숨어 있다가 슬슬 기어 나왔나 보다.
결국 나는 유모차를 힘차게 밀면서 그렇지 못한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 문이 세게 닫히면서 잠에서 깬 아기는 놀라서 울기 시작했다.
문제는 화장실 칸에 유모차를 들고 들어갈 수도, 밖에 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기는 엉엉 악을 쓰며 울고 난 아기를 달래야 하는데 나의 괄약근은 말을 듣지 않는 상황
.
그래서 할 수 없이 화장실 칸막이를 열고서 변기와
마주 보게 유모차를 최대한 끼우고 아기를 달래면서 나의 괄약근과 장도 달래주었다.
그 순간 느꼈다.
아 내가 진짜로 줌마줌마아줌마가 되어버렸구나. 수치심 같은 건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가끔 공중화장실에 가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문을 닫지 않고 볼일을 보시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내가 화장실에만 들어가면 울면서 나를 찾는 엄마 껌딱지인 아기.
집에서 그렇게 문을 열고 화장실 변기에 앉게 되고, 외출을 할 땐 유모차가 화장실 칸에 들어가지 않아 열어둔 채로 볼일을 보게 되고, 아기띠를 하고 화장실 문을 닫으려니 칸이 모자라 문을 닫지 않게 되고,
그렇게 습관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서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는 게 편해졌다. 그럴 때면 남편은 말한다.
"문 좀 닫아~ 남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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