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育兒, 育我, 六我수필 스물네 번째 이야기

by ANNA

어느 순간부터 아기는 나와 함께 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덕분에 남편 혹은 내가 번갈아가며 다른 방에서 자거나 아기의 범퍼침대에서 자곤 한다.


저녁 8시 반이 되면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눕는데 가끔은 아기가 침대를 탈출할 때도 있고, 가끔은 눈만 깜박이며 인형을 안고서 잠들 때까지 가만히 누워 있곤 한다.


그럴 때면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말을 걸어본다.


엄마 생각? 엄마가 코에 면봉 좀 그만 쑤셨으면 좋겠다고? 미안해 왕코딱지를 보고 손이 저절로 움직였단다.


아니면.. 내일 갈 병원 생각?

넌 의사 선생님을 좋아해서 늘 웃곤 하지.


혹은.. 얼마 전 만난 엄친딸 생각? 너무나 이뻐서 또 만나고 싶니?


어쩌면 아직 퇴근하지 않은 아빠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사실은 그냥 멍 때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멍때리는 너의 시간

문득 궁금해진다. 생각은 언어로 하는데, 언어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기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을 감각에서 언어로 거치지 않고서 감각에서 바로 느낌으로 귀결되는 걸까? 아기가 그 느낌을 말로 하지 않으니 오로지 나는 추측만 할 뿐이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하고.

어쩌면 아기만의 언어가 있진 않을까. 문자로 이루어지지 않은. 너만의 느낌과 감정으로 이루어진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는 않을까.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게 되면 사용하지 않게 될 너만의 '언어' 말이야.

그래서일까?

혹자는 우리가 아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언어를 배우고 나서라고 말한다.


이고은 작가의 <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심리학에서는 만 5세 무렵까지 인생 초기 몇 년 동안에는 우리가 흔히 기억이라 부르는 '기억'이 존재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기억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기억, 특히 언어화할 수 있는 기억은 의미 기억과 일화 기억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그 형태가 갖추어진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기억하려면 단어의 의미도 알아야 하니, 의미 기억과 일화 기억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단어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아기는 어떤 사건이 있었을지라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걸 유아기 기억상실증(infantile amnesia)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억을 못 한다고는 하나,

기록은 남는다.


그 기록은 사진으로, 활자로, 그리고 아기의 온몸에 '애착'이라는 것으로 남는다.

내가 아기를 사랑했던 기억은 기록으로, 그리고 그 기록은 자란 아이의 새로운 기억으로 편입된다.


나는 아기가 아기만의 '언어'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게 과학적인 사실은 아닐지라도. 그 언어로 아기만이 볼 수 있는 수호천사랑 소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네가 나중에 커서 아기 때의 기억이 무의식 어딘가로 가라앉더라도, 잊어버린다 하더라도,


그때는 내가 쓰는 언어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의 성장을, 너의 목소리를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널 바라보는 나는, 늘 같은 방향으로 옆으로 돌아누워 척추가 맛이 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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