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 떨림과 벅참이 공존했던 날들

2등의 아쉬움, 그리고 기적 같은 반전

by 붕어빵숨니


드디어, 그날이 점점 다가왔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지방대회보다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전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이 있어서인지
날이 다가올수록 내 똥줄도 바짝바짝 탔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인 자리.

그만큼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개막식 날, 광주로 향하는 통학버스에서
대회 도구들을 무겁게 챙겨
대전직업능력개발원 통학버스에 겨우 실었다.

자리 잡고 앉으니, 주변에 나처럼
훈련생 참가 선수들도, 선생님들도, 대회 담당자들도 함께 있었다.

어쩐지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나만 혼자가 아니구나’ 싶어서,
살짝의 안도감과 동질감이 들었다.

버스는 대전에서 전라남도 광주까지 한참을 달렸다.

그동안 대회 연습하느라 잠도 부족했던 터라
창밖을 보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도착해 있었다.

기지개를 쭉 켜고, 선생님들과 참가 선수들과 함께
대회장으로 들어갔다.


대회장, 그 스케일에 압도되다



슬며시 대회장 안으로 들어서니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지방대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행사장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각 직종마다 개별 대회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체험 부스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 웅장한 공간에서 시작된 개막식.

공연도 보고, 응원도 받고,
마침내 대회의 서막이 올랐다.

대회 전날 밤, 낯선 잠자리에서
같은 지역 대표 선수들과 함께
숙소 방을 쓰게 되었다.

짐을 풀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익숙지 않은 잠자리에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대회 당일, 그 치열했던 7시간



무거운 도구들을 들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기다리는 동안 초조함이 밀려왔다.

심사위원장이 규칙과 재료, 장비 등을 설명했지만
긴장해서인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설명이 끝나고 작업대로 돌아가 도구를 세팅했다.

주위를 보니 다른 선수들도 분주했다.

'아, 진짜 시작이구나' 실감이 났다.

과제표를 꼼꼼하게 읽었다.

이번 주제는 "평화".

2단 케이크였던 지방대회와 달리,
이번엔 3단 케이크에
마지팬으로 호랑이, 토끼, 다람쥐, 장미꽃 2송이를 만들라는 과제였다.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그래, 하던 대로 하면 돼. 수민아, 화이팅."


집중, 또 집중. 몸이 기억하는 훈련



시트를 자르고 크림을 샌딩 하는데
작업대가 낮아 허리를 깊이 숙여야 했다.

불편했지만 훈련했던 그대로 묵묵히 해냈다.

1차 아이싱 후 냉장고에 넣고, 작업대 정리.

초콜릿 플라스틱을 말랑해질 때까지 치대
섬세하게 올리브나무를 완성했다.

2차 아이싱, 마지팬 동물 세팅,
케이크 장식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데코레이션에 몰두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 다가왔다.

YTN 방송국 관계자였다.

옆에는 카메라 감독님과 피디님도 함께 있었다.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혹시, 작업하는 장면을 촬영해도 괜찮을까요?”

순간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내가 해왔던 그대로 하면 돼.’

마음속으로 되뇌며
다시 손끝에 집중했다.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 채,
그 순간에도 나는 ‘평화’를 만들고 있었다.

3단 케이크, 그리고 한 시간의 여유
1단, 2단, 3단 케이크 조립을 마치고
윗면에 장미꽃, 동물들, 올리브나무까지 올렸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오잉?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더 손볼 데도 없어서
올리브나무 설명서와 함께 작품을 제출했다.

홀가분했다.



발표의 순간, 그리고 뜻밖의 기쁨


7시간의 경기가 끝났다.

잠시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30분, 40분....
마침내 심사위원장님이 입을 열었다.

“3등, ○○○ 선수.....”
그리고 이어진 2등.

“홍수민 선수.”

".....!"

기뻤지만, 살짝 아쉬웠다.

1등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줄 알았기에.

숙소로 돌아와 도구를 정리하고,
지쳐 잠들었다.

그렇게 대회 1일 차는 끝났다.

다음 날,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선생님께서 급하게 연락을 주셨다.

“수민아, 케이크 만들기 체험 부스에 관계자 한 분이 손을 다쳐서
잠깐 도와줄 수 있을까?”

“네? 제가요?”

아이싱과 간단한 안내만 도와주면 된다는 말에
얼떨결에 “알겠습니다.” 하고
부스로 향했다.

체험 부스에서의 또 다른 성장
부산직업능력개발원 선생님,

청각장애인 훈련생 두 분과 함께
정신없이 사람들을 안내하고
크림 짜는 작업을 도왔다.

정신은 없었지만,
즐거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케이크를 만들며 웃는 모습들을 보니
‘아, 도와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가 무사히 끝나고,
관계자분께서 “정말 고마웠다”며 악수를 건넸다.



폐막식,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


폐막식 무대에 올라
메달과 꽃다발을 받는 순간,
살짝 떨리기도 했지만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무대 아래로 내려와
손에 쥔 메달을 빤히 바라봤다.

“연습기간 1주일.

그런데도 2등이라니...”


남들은 한 달 넘게 준비했는데
난 단 1주일 연습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말 한마디.

“이번엔 규정이 바뀌어서 2등까지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자격이 주어진 대요.”

"뭐라고???????"

깜짝 놀라서 되묻고 싶었다.

1등만 되는 줄 알았던 참가 자격.

이번에는 2등까지 가능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앞자리에 있었던 건 우연이지만,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건 필연이었다.


수민아, 너 참 운이 좋았어.


하지만 그 운도
모두 네가 흘린 땀과 열정이 만들어낸 거야.


고생했어.

정말 잘 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