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빵이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때

그날의 기억을 꺼내보려 한다.

by 붕어빵숨니

제빵기능사 실기를 준비하던 어느 날,
유독 나한테만 유난히 따갑게,
눈물 쏙 빠질 만큼 혼을 내셨던 스승님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보다 풍부한 전문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시던 분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제과제빵계의 츤데레 같은 분.

그분은 나와 같은 '제과기능장'이자
수십 년 경력을 지닌 호랑이 같은 대선배,
그리고 아버지처럼 든든한 스승님이었다.

그리고 스승님은 기술만 가르치신 게 아니었다.
나에게 '보는 눈'을 키워주셨다.

때로는 제과 기능장 선배님들을 소개해주시며
'세상엔 너보다 잘하는 사람도, 다르게 가는 사람도 많아.
그걸 직접 보고 느껴야 해.'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빵을 넘어서 '사람'을 배우고 있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작품을 보는 눈이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참 다행스럽게도.
제대로 된 스승님을 만나게 된 사람이었다.


내가 입학한 지 얼마 안 됐고,
제과제빵 배운 지 삐약삐약 거리는 병아리 시절땐,

'왜 나만 이렇게 혼내시지...?
다른 훈련생들한테는 잘 못해도 그냥 웃으며 넘기시던 그분이
왜 나에겐 유독 날이 서 있는 걸까.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고, 그 감정은 점점 응축되어 갔다.
조금 서럽기도 했고,
속상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날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고, 묵묵히 시키는 대로 했다.


표정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말대꾸라도 했다가는 더 혼나기 십상이니,
그 순간만큼은 꾹 참고,
'그래, 그러려니'하고
똥 씹은 표정으로 버텼다.

그래도, 혼이 나도 꿀리지 않았다.
내 멘틀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흔들흔들거리는 오뚝이처럼,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가장 어려운 건 언제나 발효였다.
정확한 발효점, 그리고 굽는 타이밍
반죽의 온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보는 눈, 감이었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맞나....? 발효 다 된 걸까.....?"
애매하고 알쏭달쏭할 때면
망설임 끝에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어느 날, 내가 만든 빵을 멀리서 바라보시던
선생님의 얼굴을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내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셨다.

단호한 한마디가 날카롭게 내리 꽂혔다.


'빵은 발효, 타이밍이 전부야.
발효 안 맞으면 그건 빵이 아니야.
이게 빵이야?
갖다 버려. 당장.'


그 말이 칼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서 있었다.
눈물은 꼭꼭 참았지만, 속은 뭉개진 반죽처럼 툭 꺼져버렸다.

내 상황을 보시던 다른 훈련생분들도 돌덩이처럼
공기마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나를 괜찮냐고 달래주시면서
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내가 아직 서툴러서
이건 나를 더 잘 만들라는 뜻이니까.
여기서 주눅 들면 안 돼.
다시 하면 돼.
될 때까지'


그렇게 조용히,
처참하고 볼품없는 빵을 한참 바라보다가
쓰레기통에 조용히 버렸다.
힘없이 작업대로 터벅터벅 걸어가
축 처진 어깨로 계량을 하고,
반죽기를 돌리며
하염없이 반죽만 쳐다봤다.


몇 번이고 수십 번이고
눈으로, 손으로, 감각으로,
발효점을 익혀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발효기 앞에서 번쩍이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야. 바로 지금이야.'


그 순간이 있었다.
내가, 발효를 이해한 날이었다.


"다시 해"
그러면 다시 했다.
"다시"
또다시 했다.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몇 시간이고.
그렇게 마구마구 시키셨고,
나도 버텼다. 해냈다. 끝까지.



선생님의 표정을 볼 때마다 정말 다채로웠고 마치 피에로 같았다.



빵이 잘 안 나오면
사자, 호랑이처럼 이빨 드러나시게끔 으르렁거리며 혼을 내고,
잘 나오면
무표정으로 지으면서 무심코 칭찬도 별말도 없으시고
바람처럼 사라질 듯 소리 없이 지나가신다.


근데 이상하게, 그제야 이해가 됐다.
그 무표정 속에
'그래, 이제 좀 됐네.'
라는 뜻이 동굴처럼 캄캄하게 숨어 있었다.


반죽온도는 늘 문제였다.

선생님이 반죽을 조용히 만져보시더니,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말씀하셨다.

'반죽 온도가 왜 이렇게 안 맞아?
빵은 반죽 온도, 발효가 잘 맞아야 제대로 된 빵이야.
온도 안 맞으면 발효도 틀려. 발효 틀리면? 빵도 틀려.
이건 그냥 덩어리지, 빵이 아니야!'

난 속으로 의심했다.
'온도계로 재야 정확하지...
설마 손으로 온도까지 아시나....? 말도 안 돼'

몰래 제자리로 와서 반죽에 온도계를 꽂아봤다.
정말. 맞추셨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리면서도 식은땀도 나고 충격 먹었다.

아무리 반죽을 만져봐도
그 온도가 차가운 건지, 적정한 건지조차 구별도 안 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수많은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을 온몸에 새긴 분이었다.
손끝에서 나오는 정확함, 감각적인 판단, 말없이 전해지는 무게감.
나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엔 단 하나의 문장만이 계속 맴돌았다.



'진짜 대단한 분이구나'


그렇게 나는,
혼나며 성장했다.
그날, 쓰레기통에 버린 건 볼품없는 빵이었지만
끝까지 버려지지 않은 건, 흔들리는 내 마음이었다.
아니, 포기하지 않았던 '나'였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내 마음을,
내 꿈을 지켜냈다.



이 글은 제빵기능사 실기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스승님께 혼나며 배운 기억과 쓰레기통에 버려진 빵을 마주하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화 예고는

혼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났던 그날들.

그렇게 반죽처럼 단단해진 내게,
스승님이 처음으로 건넨 한마디.

'너, 대회 나가볼래?'

떨림과 울컥함이 한꺼번에 밀려들던 순간.

내 인생 첫 무대.
그리고 나의 첫 번째 '승부'가 시작된다.








여러분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