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에는 파스 안 가져왔어!"
방금 돌아간 드라마틱했던 승객의 배 진동 컴플레인에 대한 내용을 이메일에 타이핑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데스크 건너편에 나타난 누군가가 대뜸 내 정수리에 대고 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미스터 맥팔!!"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너무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면서 정말 활짝 웃어서 주변에서 모두 다 웃어 버렸다. 바로 지난봄, 호주와 일본 노선 중에 만난 맥팔 할아버지가 다시 승선한 것이었다.
맥팔 할아버지로 말하자면, 일본에 아들 가족을 두고 있는 호주에 거주 중인 영국인 할아버지이다. 항상 부인과 함께 사이좋게 크루징을 하는 이 부부는, 큐나드만 20년 단골 고객인 인자하고 다정한 웃음이 너무 보기 좋게 닮은 80대 부부이다.
프런트 데스크에 있다 보면 별의별 질문 및 요구사항, 컴플레인이 있는데, 그와의 만남도 사실 그런 별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 아들이 보내 준 각종 파스와 허리에 좋다는 각종 건강식품을 가방 채 가져와 나에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솔직히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인상이 좋은 데다가 너무 착하게 부탁하셔서 아예 로비에 자리를 잡고 도와드렸었다.
그 후 한 달 동안 매일 같이 일부러 객실에서 내려와서 허리 통증에 대해 보고도 했다가 아들 이야기도 했다가 손녀 자랑도 했다가, 그렇게 별난 질문에서 시작된 관계가 서로 수다 떠는 관계로 특별하게 바뀐 경우였다.
그 맥팔 부부가 승선하자마자 객실에 짐도 안 내려놓고 데스크에 내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별의별 이야기를 하시다가, 노르웨이에서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고 다시 호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수더분한 인상의 맥팔 부부는, 나의 기억 속에 가장 잘 웃고 착한 단골 부부 크루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