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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Nov 01. 2020

가고 있어도 가고 싶은


크루즈 여행의 매력을 하나 더 뽑자면, 배에서 내가 무엇을 하든 알아서 기항지에 데려다준다는 점이다.


내 경험상 북미, 알래스카, 남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모든 노선이 인기가 많았고 심지어 만실이었다. 단골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특히 그들에게는 노선보다는 배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집이 어디에 있든 집이니까 돌아가듯이, 내가 좋아하는 배가 어디에 가든 그 배니까 다시 타는 것이다. 게다가 노선까지 매력 있다면, 힘들게 짐을 들고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내리고,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풀고, 가는 장소마다 직접 알아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전혀 없는 크루즈를 다시 타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North America Cruise, 북미


미국 뉴욕(New York)의 타임 스퀘어(Time Square)는 예전에 가봤을 때보다도 더 활기찼다. 미국의 몇 안 되는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치킨버거(Chick-fil-A)를 먹으면서 예전의 미국 생활을 회상했고, 내가 마치 진짜 뉴요커가 된듯했다. 출항하면서 자유의 여신상(정식 명칭: 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을 바라보면서 내가 마치 세상의 중심에서 빛을 비추고 있는 듯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 러시안 힐(Russian Hill)을 걸으면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라일리의 기쁨이와 슬픔이를 만나는 듯했다. 출항하면서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밑을 지날 때 울리는 경적소리를 들으면서 영화 혹성탈출(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에서 나오는 유인원과의 대전투 장면이 떠올라 짜릿하기까지 했다. 알카트라즈 섬(Alcatraz Island)을 바라보면서는 예전에 아빠랑 몇 번씩이나 보던 영화 더 록(The Rock) 니콜라스 케이지의 명연기와 탈출 장면이 떠올라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Alaska Cruise, 알래스카


허버드 빙하(Hubbard Glacier)에 가까이 다가갈 때에는 내가 마치 북극 탐사원이라도 된듯했다. 눈 앞에 펼쳐진 신비롭고 경이로운 대자연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과 흥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하다.


스캐그 웨이(Skagway)의 넓은 초원에서 저 멀리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말을 탈 때에는 이 세상이 다 내 것인 마냥 너무 신나고 즐거웠다. 그 지역 고유의 맥주 제조 공장에서만 마실 수 있었던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커다란 2ℓ 크기의 플라스틱 맥주병을 기념품으로 사 오기도 했다.




South America Cruise, 남미


과테말라(Guatemala) 푸에르토케트살(Puerto Quetzal)의 알록달록하고 정감 가는 동네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아루바(Aruba) 오란예스타트(Orandjestad)의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알록달록한 건물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무지갯빛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듯했던 기분에 너무 행복했다.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를 통과하는 날에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쉬는 시간에 밥을 굶는 것도 모자라서 업무 중에 각종 핑계를 대면서 오픈덱으로 달려가 열심히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파나마 지협을 굴착해서 만든, 이전의 운항 거리에서 약 1만 5천 ㎞나 단축시킨, 비싼 통행료를 내면서까지 일 년에만 평균 약 1만 4천 척이 찾아오는, 물의 부력과 갑문의 조절을 통해 배를 통과시키는, 해운업에 큰 혁신을 일으킨, 그런 역사적이고도 신비로운 운하를 내가 지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스러웠다.




Europe Cruise, 유럽


포르투갈(Portugal) 리스본(Lisbon)의 어느 거리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타일 예술 아줄레주(Azulejo)는 흔하면서도 특별하고 낡았으면서도 경쾌했다. 우연히 찾은 작은 레스토랑의 거리에 놓인 테이블에서 맛본 하몽과 샹그리아는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서 먹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노르웨이(Norway) 올레순(Alesund)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너무 귀여웠다. 악슬라(Aksla)의 418계단을 올라가서 바라본 아기자기한 올레순 마을과 우아한 퀸 엘리자베스의 멋진 조합은 한동안의 피로를 싹 잊게 해 줄 만큼 너무 멋있었다.




Africa Cruise, 아프리카


아덴만(Gulf of Aden)을 통과하는 날은 해적 위험지역(HRA, High Risk Area)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하루 종일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화물선 선원들을 한국의 청해부대를 중심으로 진행한 구출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보고된 해적 관련 사건만 2019년에는 6건, 올해는 8건이다. 그런 위험천만한 곳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에 해적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듯했다.


수에즈 운하(Suez Canal)를 통과하는 날에 더운지도 모르고 한참 동안 오픈덱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모세의 기적 하면 떠오르는 홍해를 지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군대에게 쫓길 때 물을 가르는 기적을 보여주시면서 준비되어 있는 지도자 모세를 믿게 하셨고, 하나님의 기적과 영광을 육의 눈으로 경험케 하셨던 그 홍해를 지났다는 거룩한 감동이 채가시기도 전이었다. 지난해의 파나마 운하에 이어 이번에는 수에즈 운하까지, 세계 양대 운하를 모두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에 눈물이 쏟아질 만큼 감격스러웠다.




Oceania Cruise, 오세아니아


호주(Australia) 시드니(Sydney)에서 구경한 멋스러운 오페라 하우스와, 케언스(Cairns)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경험한 신비한 바닷속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고 너무나도 멋있었다.


뉴질랜드(New Zealand)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3대 협만인 피오르랜드 국립공원(Fiordland National Park)의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 다우트풀 사운드(Doubtful Sound), 더스키 사운드(Dusky Sound)의 풍광명미는 그저 감동이었다. 하루는 밀퍼드 사운드를 지날 때에 오픈덱에 나갔는데 나의 첫 배인 드림 익스프롤러가 지나가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도 경험했다.




Asia Cruise, 아시아


대만(Taiwan) 지롱(Keelung)에서 첫 배의 13년 단골 승객인 필리핀에서 온 유 할아버지가, 매번 승선할 때마다 너무 고맙고 고생한다며 큰 차와 기사를 준비해서 시내 명소를 구경시켜주셨던 기억이 난다. 특히 예류 지질공원(Yehliu Geopark)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나랑 사진까지 찍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호탕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선명하다.


일본(Japan) 오키나와(Okinawa) 이시가키 섬(Ishigaki Island)의 우연히 발견한 작은 리조트에서 두 번이나 생일 파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갈 때마다 친구들끼리 전세 낸 마냥 바다와 수영장,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크루즈 여행은 모든 기항지가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설렘으로 가득한 매력만점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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