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은 승선만 하면 사실상 배에서 모든 의식주를 해결해준다. 그래서 한국에서 생활할 때보다는 마음만 먹으면 훨씬 더 많은 절약을 할 수 있다.
衣, 옷 의
유니폼을 제공받는다. 직책에 따라서는 신발까지 제공된다. 매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니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세상 편한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매일 아침 옷장을 열어 입고 갈 옷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수트 케이스 한 개의 짐으로도 승선 기간을 거뜬히 지낼 수 있는 것이 굉장한 장점 중 하나이다. 물론 화장품이나 생필품, 개인 비상약, 그리고 기항지에 나가거나, 배에서 차려 입고 승객 레스토랑에 가거나, 쇼를 보러 가거나, 파티에 가거나 할 때에 입고 싶은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챙기다 보면 수트 케이스가 한 개에서 두 개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말이다.
食, 먹을 식
삼시 세 끼를 제공받는다. 직책에 따라서는 갈 수 있는 직원 식당이 달라지기 때문에 메뉴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메뉴를 결정하지 않아도, 장을 보지 않아도, 요리를 하지 않아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세상 편한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매일 밥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직원 식당에 가기만 하면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 중 하나이다. 물론 돌려막기에 가까운 비슷한 메뉴를 승선 기간 동안 매일 먹어야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에 먹을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住, 살 주
방을 제공받는다. 직책에 따라서는 1인실도 제공되지만 보통은 2인실에서 많게는 6인실이 제공된다. 매일 지낼 곳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해진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세상 편한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내 집이 있다면 모를까, 집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세상 편한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낼 곳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 중 하나이다. 물론 나만의 공간 없이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 씻어서 냄새가 나거나, 게을러서 방 정리나 청소를 안 하거나, 매일 밤 술을 마시고 남자를 데려오거나, 매너와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료가 내 룸메이트가 되더라고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크루즈 승무원은 굉장한 장점과 그에 따르는 단점도 존재하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