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임무, 안전요원

크루즈 승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승객을 위한 서비스도 지식도 기술도 아닌 “안전교육”이다. 승무원이 승선할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긴급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안배받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안전 요원으로서 임무를 확실히 숙지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주기적으로 전승무원이 안전훈련을 받는다.
 
실질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나는 동료와 함께 휴식 시간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스피커를 통한 선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crew alert, clew alert’ 안전훈련 또는 실제 긴급상황에 방송되는 신호이다. 이틀 전에 전승무원 훈련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 곧이어 쓰레기 처리장에서 불이 났으니 전승무원은 각자 긴급상황 포지션에서 대기하라는 캡틴의 명령이었다. 실제상황임을 직시한 뒤, 컵라면을 내려놓고 서둘러 유니폼 재킷을 부랴부랴 집어 내 방으로 가서 구명조끼를 챙긴 뒤 내 포지션으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그 당시 천명의 승무원이 다 어디에 있었을까. 웨이터나 바텐더는 승객에게 서빙을 하고 있었을 것이고, 셰프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고, 마사지사는 마사지를 하고 있었을 것이고,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하고 있었을 것이고, 댄서는 춤을 추고 있었을 것이고, 어떤 승무원은 업무 전에 샤워를 하거나 밥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각기 다른 상황에 있던 승무원이 모든 것을 멈추고 일제히 움직였다. 복도에는 바쁘게 빠르게 이동하는 승무원으로 가득했지만 그 어떤 혼란도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제자리에서 대기하게 되었고, 5분 정도 후에 모든 불씨가 완벽하게 진압되었으니 제자리로 돌아가도 좋다는 캡틴의 방송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840년 큐나드 선사 설립 이후 100여 년 후인 1947년에는 타이타닉의 선사 화이트스타를 인수하는 등, 장장 180년의 역사를 이어 온 선사가 불씨 하나 진압 못할까 하는 신뢰감에 아무런 걱정 없이 포지션을 지켰지만, 그중에는 가족도 다시 못 만나고 죽는 건지 걱정에 사로잡힌 동료도, 빈손으로 대피할 수 없어서 배낭에 모든 귀중품을 챙겨 온 동료도 있었다.

의료 긴급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수년간의 훈련을 거친 의사와 간호사가 선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 상황에 대처한다. 선내에는 메디컬 센터가 있는데 보통은 승객이 직접 방문한다. 또는 긴급번호로 전화를 할 수 있는데, 그 전화는 전화 업무를 담당하는 리셉셔니스트가 대응한다. 두 달 동안 내가 전화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 보통은 리셉션 데스크에서 승객을 직접 대면한다면, 이 업무는 전화를 통해서만 대응하는 것이다.
 
긴급번호임에도 불구하고, 승객 중에는 변기가 막혀서, 배고픈데 어떻게 레스토랑에 가는지 몰라서, 반창고가 필요해서, 걷기가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전화하는 승객도 있다. 이 때문에 일차적으로 승무원이 대응하고 필요에 따라서 의료진에게 넘기는 것이다.
 
실제 의료 상황으로는 설사, 구토, 어지럼, 감기, 각종 부상, 치통, 호흡곤란, 의식불명 등 셀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는 선내에서 대처할 수 없어서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 날이 항구에 정박하는 날이면 대처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정박과 동시에 응급차로 이송할 수 있도록 수배하면 되지만, 정박하는 날짜가 아직 며칠 더 있으나 바로 이송해야 할 경우에는 헬리콥터로 이송해야 한다. 응급차는 많게는 한 달 동안 5번도 더 수배한 적이 있고, 심지어 같은 달에 헬리콥터로 2명의 승객을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때로는 고인이 되어 하선하는 승객도 적지 않게 지켜보았다. 참고로 선내에는 시체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선내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3593 밤을 큐나드와 함께한 최고 단골 승객 중에 한 분이신 달마 스페인 할아버지의 생신날이었는데 댁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를 기억하는 모든 승무원이 안타까워한 적도 있다.
 
그렇게 크루즈 승무원은 서비스뿐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긴급 및 의료 상황에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 안전요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