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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Nov 01. 2020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무대...


10년 해외생활, 그리고 4년 뱃생활. 그동안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수없이 배우고 깨지고 울고 화내고 참고 웃었던, 자랑스럽고 행복한 내 삶이었다.


하지만 14년을 집 밖에 있다 보니, 내 생일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의 생일, 기념일,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함께하지 못하는 건 항상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 번 밖에 없는 엄마 환갑에 같이 있어주지 못했고, 한 번밖에 없는 남동생 졸업식에 가지 못했고, 아빠 기일에 가족과 함께하지도 못했다. 내 편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으면서도, 더 많은 경험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지 못해서 바다를 떠나지 못했던 크루즈 승무원이었다.


크루즈를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무서워서, 매일 지속되는 감정노동에 지쳐서, 오랜만에 한국에서 생활하니 편하고 좋아서, 그런 이유 때문에 바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에서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닌 지 두달이 되어간다. 솔직히 지금은 그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5대양 6대주가 아니고 한국이다. 내가 원하지 않던 지극히도 단면적인 삶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에서 나는 입체적인 삶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부족하지만 글을 쓰고 있고,   동안 묵혀놨던 클라리넷을 다시 꺼냈다. 30 넘게 들어보지도 가보지도 못했던 한국의 매력적인 장소를 가보고 있고,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유명하고 멋진 곳도  가보고 싶다. 앞으로 더 다양한 퍼즐 조각을 쌓아가기대하 감사히 살아나갈 것이다.


이런 나의 생각과 경험을 짧게나마 확고히 기록한다. 크루즈와 크루즈 승무원에 대해 알기를 희망하는 누군가에게, 본래의 직업을 잃고 실망하며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고뇌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나의 첫 번째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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