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盡船來 고생 끝에 크루즈가 온다
COVID-19
코로나 팬데믹
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크루즈에 있으면 세상 소식에 둔해진다.
느린 데다 비싸기까지 한
선내 와이파이로기사를 검색하거나
꿀 같은 쉬는 시간에 육지에 내려서 간신히 연결한 와이파이로 뉴스를 본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컨트랙은 원래 하선 날짜가 3월 2일이었다.
3월 말에는 엄마와 함께
동경에 있는 남동생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승선한 이후인 4월이나 5월에는
Family Travel (직원 가족 혜택)로 엄마와 남동생에게 크루즈 여행을 선물하려 했었다.
일본 여행과 가족 크루즈 여행만을 걱정하면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던 중,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게 되었고
모든 여행 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하선 날짜를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휴가 중이라 귀국한 것일 뿐인데,
자칫하면 승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선사로부터 승선을 거부당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태가 호전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2월 15일에 하선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하선 날짜는 4월 12일로 연기되었다.
2월 19일 호주 브리즈번을 기점으로
크루즈 노선 변경 및 취소로 인한
혼돈이 시작되었고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달라졌다.
하루하루 너무나도 지쳐갔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직은 잃고 싶지 않은 직장이기에,
나는 고심 끝에 3월 7일에
다시 한번 하선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르게
좀처럼 본사에서 확답을 주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
3월 14일에 공식적으로
한 달 동안의 노선이 취소되었고
3월 15일 호주 시드니에서 모든 승객이 하선했다.
미처 취소 연락을 받지 못하여
터미널까지 온 300여 명의 승객들도
휴가를 마치고 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재승선하러 온 20여 명의 승무원들도
모두 돌려보내었다.
그렇게 3월 16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크루즈 승무원 975명의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