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민크루 Apr 22. 2020

좀처럼 실감 나지 않던 격리생활의 시작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1~4일 차>


1일 차 - 3월 16일


목적지도 모른 채

배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이

승객 한 명 없이 승무원만 있다는 것이

선내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평소보다 근무시간이 절반이나 줄었다는 것이


모든 것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피스 정리정돈을 하고

팀 동료들과 와인잔을 기울이며

현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2일 차 - 3월 17일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SNS에 올린 내용이다.


4월 11일까지 모든 운항을 중지하고,

메리 2와 빅토리아는 영국 사우스햄튼으로 가고

엘리자베스는 호주에 머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주 어디로 가는 건지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있기는 한 건지

운항 중지가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이게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격리’라는 것이구나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걱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안전하게 아픈 사람 없이

그것도 크루즈에서 잘 곳 있고 먹을 것 있는데,


감사할 조건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파란 하늘 아래

크루즈 오픈덱에 있는 선라운지에 누워

책을 읽다가 낮잠도 잤다가


그냥 이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3일 차 - 3월 18일



평소에 부족했던 수면 시간...


눈이 떠질 때까지

너무 많이 자서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잠을 아주 실컷 잤다.


점심시간도 훨씬 지나고 나서 방에서 나왔다.


오픈덱을 걸으며 바다를 여유를 만끽했다.






4일 차 - 3월 19일



Wine & Cheese Night


선사에서 승무원들을 위해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과

각종 치즈 및 크래커, 견과류, 초콜릿, 과일, 야채 등을 준비했다.


공짜라서 그런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가


그날 밤의 와인은 달고도 달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이 시작되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