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1~4일 차>
1일 차 - 3월 16일
목적지도 모른 채
배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이
승객 한 명 없이 승무원만 있다는 것이
선내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평소보다 근무시간이 절반이나 줄었다는 것이
모든 것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피스 정리정돈을 하고
팀 동료들과 와인잔을 기울이며
현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2일 차 - 3월 17일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SNS에 올린 내용이다.
4월 11일까지 모든 운항을 중지하고,
메리 2와 빅토리아는 영국 사우스햄튼으로 가고
엘리자베스는 호주에 머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주 어디로 가는 건지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있기는 한 건지
운항 중지가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이게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격리’라는 것이구나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걱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안전하게 아픈 사람 없이
그것도 크루즈에서 잘 곳 있고 먹을 것 있는데,
감사할 조건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파란 하늘 아래
크루즈 오픈덱에 있는 선라운지에 누워
책을 읽다가 낮잠도 잤다가
그냥 이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3일 차 - 3월 18일
평소에 부족했던 수면 시간...
눈이 떠질 때까지
너무 많이 자서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잠을 아주 실컷 잤다.
점심시간도 훨씬 지나고 나서 방에서 나왔다.
오픈덱을 걸으며 바다를 여유를 만끽했다.
4일 차 - 3월 19일
Wine & Cheese Night
선사에서 승무원들을 위해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과
각종 치즈 및 크래커, 견과류, 초콜릿, 과일, 야채 등을 준비했다.
공짜라서 그런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가
그날 밤의 와인은 달고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