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5~7일 차>
5일 차 - 3월 20일
오갈데없이 호주 바다를 떠다닌지 4일이 지나서야
겨우 호주 글래드스톤에서 닻을 내릴 수 있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국경이 닫힌지라
어딘가에 멈춰 섰다는 자체가 반갑고 신기했다.
오픈덱에 나가보니
같은 신세로 둥둥 떠 있는 컨테이너 배들이
족히 15척은 보였다.
총 33척이 닻을 내리고 있으며
크루즈는 우리뿐이란다.
"반갑다 이웃들아.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래도 너무 가깝게는 오지 마렴.
위험하니까 ㅎㅎㅎ"
6일 차 - 3월 21일
이삿날이다.
아침부터 972명의 승무원이 승객 객실로 이동하느라 분주했다.
하우스키핑 부서에서 모든 Crew Cabin을 대청소해야 하니
승객 객실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키를 받자마자 객실부터 확인하러 갔다.
발코니 객실이다.
그것도 가장 큰 발코니 객실이다.
매니저들이랑 친하면 베네핏이 따라오기 마련.
Thank you, Boss ;-))
Gala Night
승무원만을 위한 갈라 나이트로
댄스 파티 및 사진 촬영이 있었다.
평소에는 드레스며 턱시도며 입을 일 없는 승무원들도
이날 밤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인 Dress-Up Night이었다.
7일 차 - 3월 22일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볼까.
평소에는 감히 운동할 생각을 못한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기보다는
수면을 취해서 피곤함을 더는 쪽을
선택하게 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듯했다.
운동 후 물을 들이키며
오픈덱에 앉아 햇볕은 즐기고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매니저가
"수민, 설마 너 짐에 다녀온 거야?" 란다.
내가 짐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 것은
팀 모두가 안다.
평소에는 오픈덱에서 일몰을 볼 기회가 없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있으면
이게 격리생활인지
크루즈 휴가인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