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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Apr 23. 2020

호주 글래드스톤에서 만난 32척의 이웃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5~7일 차>


5일 차 - 3월 20일



오갈데없이 호주 바다를 떠다닌지 4일이 지나서야

겨우 호주 글래드스톤에서 닻을 내릴 수 있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국경이 닫힌지라

어딘가에 멈춰 섰다는 자체가 반갑고 신기했다.


오픈덱에 나가보니

같은 신세로 둥둥 떠 있는 컨테이너 배들이

족히 15척은 보였다.


총 33척이 닻을 내리고 있으며

크루즈는 우리뿐이란다.


"반갑다 이웃들아.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래도 너무 가깝게는 오지 마렴.

위험하니까 ㅎㅎㅎ"






6일 차 - 3월 21일



이삿날이다.

아침부터 972명의 승무원이 승객 객실로 이동하느라 분주했다.


하우스키핑 부서에서 모든 Crew Cabin을 대청소해야 하니

승객 객실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키를 받자마자 객실부터 확인하러 갔다.


발코니 객실이다.

그것도 가장 큰 발코니 객실이다.


매니저들이랑 친하면 베네핏이 따라오기 마련.

Thank you, Boss ;-))



Gala Night


승무원만을 위한 갈라 나이트로

댄스 파티 및 사진 촬영이 있었다.


평소에는 드레스며 턱시도며 입을 일 없는 승무원들도

이날 밤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인 Dress-Up Night이었다.  






7일 차 - 3월 22일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볼까.


평소에는 감히 운동할 생각을 못한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기보다는

수면을 취해서 피곤함을 더는 쪽을

선택하게 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듯했다.



운동 후 물을 들이키며

오픈덱에 앉아 햇볕은 즐기고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매니저가

"수민, 설마 너 짐에 다녀온 거야?" 란다.


내가 짐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 것은

팀 모두가 안다.



평소에는 오픈덱에서 일몰을 볼 기회가 없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있으면

이게 격리생활인지

크루즈 휴가인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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