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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May 01. 2020

컨트랙 끝! 저 회사에서 잘린건가요....????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28일 차>


28일 차 - 4월 12일


11일 전인 4월 1일에

선사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6월 30일까지의 노선 취소가 확정됨과 동시에,

승무원들의 계약 조건에 변경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즉 돈을 다는 못주니 이해해달라 라는 것이다.



상세한 조건은

부서 및 직책, 국적에 따라 상이했다.


예를 들면

첫 달은 기본 샐러리의 100%, 다음 달은 70%, 다다음달은 40%로 내린다든지,

아니면 바로 70%에서 시작한다든지,

추후 변경이 있을 때까지 일단 100% 유지라든지,

등등

개개인에게 다른 조건이 주어졌다.


이것은 컨트랙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경우이다.



컨트랙이 끝난 경우는

매달 위로금 차원에서

180 미국 달러가 지급될 것이라는 조건이었다.



나의 경우는

하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컨트랙이 끝나기 때문에,


4월 12일까지는 샐러리 100%,

이후에는 위로금이 지불되는 조건이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다.


컨트랙이 끝나는 것도

하선하지 못하는 것도

귀국하지 못하는 것도

계속 승선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래서 베케이션 같지 않은

오히려 컨트랙 중인 것 같은

베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샐러리는 없다는 것이....


뭔가 직장을 잃는 것 같은

정말 애매모호한

딱히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지만....


다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다른 선사보다 괜찮은 조건이라는 것으로

위로 삼았다.


먹을 것 있고 잘 곳 있는 것으로 감사하자.

뭐가되었든 받아들이자.



그렇게 나 자신을 다스리며

이번 컨트랙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평소 같으면

업무 정리하느라

짐 정리하느라

친구들한테 인사하느라

무지하게 바쁜 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리할 업무도

정리할 짐도

인사할 친구도 없는

그저 평화로운 날이다.


왜냐하면 그대로 배에 있으니까....

웃프다....



그렇게 나의 웃픈 마지막 날은

치약을 판매하며 마무리했다.


이 치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Crew Shop 재고도 다 떨어져서

선내의 모든 치약도 다 떨어져서

긴급하게 주문해서

4월 6일 브리즈번 Restoring 때 겨우 들인


굉장히 귀하고 귀한

100개의 치약이다.


살균하고 안전하게 창고에 있다가

이제야 세상 밖에 나온 것이다.


100개의 치약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두 팔렸다.


다들 정말 급하긴 했던 모양이다.



부활절이라고 매니저가 만든

달걀 초콜릿 ㅎㅎ


아침만 해도 멀쩡했는데..


저녁에 와보니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었던


Purser’s Office’s Easter 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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