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24~27일 차>
24일 차 - 4월 8일
일단 배가 필리핀 마닐라로 향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으나
필리피노 크루 635명을
하선시키고자 하는 선사의 계획이다.
이는 우리 배뿐만이 아니고
모든 크루즈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다른 국적의 크루보다
비교적 적은 샐러리로 고용할 수 있는 필리피노는
모든 크루즈에
굉장히 많이 승선해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일단 마닐라로 향해도 되는 것일까,
혹시 정말 정박하게 되면
아시안 국적 크루들을 귀국시키려고 하지 않을까,
다른 국가에서 격리당하기 싫은데
다른 국가에서 비행기 타고 귀국하기 싫은데,
배에 있으면 안전한데
괜히 내려서 오히려 코로나 감염되면 어떡하나,
걱정한들 싫다한들
선사에서 가라면 가야 하는 것인데 어떡하나,
이런저런 걱정들로 마음이 복잡한 하루였다.
걱정 많은 날도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
심지어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한다.
그런 바다를 보고 있으니
걱정하면 뭐하나..
일단 지금 건강하게
먹을 것 있고 잘 곳 있으니
그것에 감사하자.. 하게 된다.
25일 차 - 4월 9일
와인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소믈리에 친구가 20명 한정으로
3일 동안 클래스를 해주겠다고 했다.
물론 내 이름은 첫 번째로 등록되었다.
3일 동안 아침에 2시간씩 클래스를 들었는데..
클래스를 마친 소감은
와인은 어렵다.
내 입에 맞는 게 좋은 와인이다.
하하하..;;;;
26일 차 - 4월 10일
반짝이던 바다와 새파란 하늘이
유난히도 예쁘던 날.
27일 차 - 4월 11일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층층이 겹겹이 수평선을 따라
끝없이 줄지어 있던 구름이
이상하게도 신기했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