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22~23일 차>
22일 차 - 4월 6일
22일 만에 배가 처음으로 육지에 정박했다.
호주 브리즈번이다.
하지만 사람은 내릴 수 없다.
오직 Restoring만을 위해서이다.
기름 채우고
물 채우고
음식 채우고
휴지 채우고
쓰레기 버리고
등등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들이고 내릴 수 있었다.
다른 크루즈에서 생긴 일인데,
사람을 통해서가 아닌
육지에서 들인 물건의 포장 박스로부터
코로나 감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Gangway가 설치된 구역은
철저하게 출입이 금지되었다.
Storing에 관련된 모든 크루는
바디 수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썼다.
이 모든 것은 Storing이 끝나자마자
바로 불로 태워서 폐기했다.
들일 물건은 이중삼중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박스를 들임과 동시에 살균 스프레이를 뿌리고
박스를 개봉했다.
개봉한 박스는
배로 들이지 않고 육지에서 바로 폐기했다.
내용물은
미리 비워둔 지정 창고로 직행했고
재차 살균했으며,
3일간 지켜본 후 이상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크루 3명의 하선도 이뤄졌다.
오스트레일리안 뮤지션 2명과
뉴질랜더 소믈리에 1명이다.
그들은 군부대 내의 격리 시설로 이송되어
14일간 격리된 후 이상이 없으면
오스트레일리안은 귀가 조치될 것이며,
뉴질랜더는 비행기가 수배되는 즉시 귀국 조치되고
뉴질랜드에서 다시 14일간 격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22일 동안 모든 크루가 자체 격리된 상태에서
코로나 감염자는 없었고
코로나와의 접촉 가능성조차도 없었지만,
크루를 하선시키려면
해당 국가의 조건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3명의 크루들은 하선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던 크루즈를 뒤로하고,
어떤 시설인지도 모르는 데서 14일 격리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선사 입장으로서는
당시 6월 30일까지의 노선을
공식적으로 취소한 상태였고,
언제 다시 호주나 뉴질랜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특히나 업무가 없는 크루를
태우고 다녀야 할 이유는 없다.
늦은 저녁 21시경
3명의 크루는 결국 하선했다.
23일 차 - 4월 7일
호주가 나가란다.
정박도 아닌
그저 닻만 내리고 있을 뿐인데
그것조차도 이제 안된단다.
우리 배를 포함한 모든 크루즈가
호주 바다에서 쫓겨났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우릴 받아줄까.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