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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May 03. 2020

이번 휴가는 크루즈로 정했어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29~30일 차>


29일 차 - 4월 13일



베케이션이다!!


BUT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다..;;


평소 같으면

컨트랙이 끝나면 물론 바로 귀국한다.


 그리고 집에 가면

적어도 3일에서 길게는 7일 정도까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집밥 먹으며

TV 보면서 집에만 있는다.



하지만 이번 베케이션은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집밥도

스트레스 없이 한국어로 보고 들을 수 있는 TV도

같이 있고 싶은 엄마도

만나고 싶은 친척도 친구도 없다.


그냥 평소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못한다.


그대로 배에서 생활해야 하는 건 변함없고

그냥 유니폼을 입을 일도

오피스에 갈 일도 없을 뿐이다.



그렇게 이상한 기분으로 오픈덱을 걷다가....

결심했다!!



브런치 再開



수첩에만 끄적거리는 거 말고

크루즈에 대해 크루즈승무원에 대해

뭐든 써나가 보자 다짐하며

2018년에 가입해서 딸랑 글 2개 올려놓고

계속 미루기만 하던....

그 브런치다.



평소에는 기록용으로

페이스북이랑 인스타그램 포스팅만 한다.


#임수민승무원

#크루즈승무원

#SUMINCREW


엑스트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고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계속 미루기만 하고

수첩에 끄적끄적거리기만 했던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완성해보기로 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배에 있으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가족도 친구도 못 만나고

가고 싶은데도 못 가고

집 밥도 못 먹는데


이 시간을 보람되게 가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그래야만 한다는!!!!

그런 강박으로부터 온 결심이다.






30일 차 - 4월 14일



반짝이는 바다는 이렇게 예쁘기만 한데

바다에서 쓰는 와이파이는 나를 힘들게만 한다.


나의 결심을

하루에도 수천만 번씩 흔들어대는

이 놈의 느려 터진 와이파이....


직접 써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말아라.


메시지 하나 보내는데도 몇 초가 걸린다.

사진 하나 보내려면

전송해놓고 핸드폰은 한참 나중에 확인한다.

노래나 영화 다운로드는 꿈도 못 꾼다.

그나마 그런 와이파이 연결조차 안 될 때도 있다.


그런 와이파이로 브런치를 업데이트하자니

아침에 완성한 글을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겨우 업로드 완료가 될 때도 있으니

이야말로 인내심 테스트가 따로 없다.


몇 퍼센트 완료되었나 확인하느라

취소하고 수십 번을 재차 시도하느라

손에는 항상 핸드폰과 휴대용 배터리가 함께다.



왠 놈의 케라스타즈 린스냐.


헤어 및 바디 제품은

평소에 마트나 드럭스토어에서 구매하는 나에게,

배 생활 시작하고 3년 넘게 헤어컷 정도는

숱가위로 직접 하게 된 나에게,


헤어 살롱에서 파는

5만 원도 넘는 게 고작 200ml 뿐인 린스가

구매하고 싶은 제품일리가 없다.


하지만 선내 헤어 및 바디 제품이

다 품절되어버린 상태에서

선택권이 없었다.


비싼 이 놈 조차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다.


곧 살롱이 문을 닫게 되니

그나마도 오늘 사지 않으면

언제 하선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린스 없이 머리를 감아야 한다.


고민하며 살롱으로 향했다.


인맥의 힘 ㅎㅎ

반값 정도 주고 구매했다.



생각보다 할인 많이 받았는데

다시 돌아가서 샴푸도 에센스도 사놓는 게 좋을까

나중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떻게 머리 감나


그런 나름 심각한 고민을 하며 바라본 일몰도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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