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숨 Oct 05. 2023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기

법륜스님 책을 읽는데, 중이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까닭은, 절 바닥에 먼지한톨 없는 까닭은 그 순간에 깨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발을 벗는 그 짧은 순간에만 집중하고있기 때문에. 마룻바닥을 청소하는 그 순간에 깨어있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세계가 어렸을 때부터 강해 딴 생각으로 아주 잘 빠지는 스타일이다.


수업시간에도 딴 생각, 사람들과 있을때도 딴 생각, 프랑스에 있을 땐 한국 생각, 한국에 있을 땐 프랑스 생각. 한마디로 만족을 못하고 엉덩이 뚜들겨 맞아야 할 스타일.


최근에 그래도 글 쓰고, 책 읽고, 기타 치고 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와만 보내는 시간이 좀 많아져서 내가 딴생각으로 빠지려는 걸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를 배울때도 혼자배우는 스타일인데(요가, 기타, 코딩, 프랑스어 등),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한 나는 가끔 내가 무언가를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상대와 대화를 해도 삼천포로 잘 빠짐을 느낀다. 퓨. 


운동도 혼자하는데 이때도 내 몸과 호흡에 깨어있기 보다는 근력 운동을 하면 힘드니까 줄곧 딴생각을 하게 된다. 그나마 이걸 막아주는게 달리기, 요가, 명상 등 행위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다. 아무튼, 최근에 집 문제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고 또 불안정한 미래나 이것저것 후회되는 과거를 생각하다가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기를 실천해보려고 했다.


사실은 별 문제될 일 없는데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된다. 그 말이 맞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은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도, 직장에서도, 금전관련해서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게 "좋은"상태라고 인지하고 있으니까 작은 문제만 생겨도 너무 힘들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자국민으로써, 또 한국의 너무나 자랑스러운 여러가지 시스템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쉽게 보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선 이 시간들을 견디는게 좀 더 힘든것 같다. 꼭 프랑스 문제라기 보다는 아마 타국에서 나고 자랐으면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닥터유의 스트레스 관련 영상을 보는데, 한국말은 동사 자체에 수동태가 많고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유, 피해(실제, 진실), 피해 의식 이 세가지를 명확히 구분하게 힘들게하고 피해 의식으로 나가게끔 한다는 것이다. 나도 어떤 관계에서, 또는 실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늘 "어떻게 그럴수가", "날 이용했어", "도대체 왜 저럴까". "너무 날 스트레스줘", "나한테 왜그러지" 식의 의식속으로 날 집어넣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한국인이고 평생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나 문법들이 내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유투브 강의를 보는데 조금 놀라웠다.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면 실제적 피해는 작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상황속을 지나갈 때의 당혹스러움, 익숙하지 않은, 분노, 억울, 화남 등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은 악화되기 마련인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기. 진실을 진실로 바라보고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 살아있음에,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실에 집중하기. 어떻게 보면 이제야 조금씩 이 말뜻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같다. 법륜스님 말씀대로 단박에 깨닫고 행복하게 살자. 

이전 08화 연연하지 말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