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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30. 2023

항상 새로워지자 (수정해 다시 씀)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B6

항상 새로워지자.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B6     


헤라클레이토스에 따르면태양은 매일 새롭습니다.”

ὁ ἥλιος ... καθπερ ὁ Ἡρκλειτς φησινος φ' ἡμρῃ ἐστν

: Aristoteles, Meteorologica II.2 355al3     


읽다:     

모든 건 새롭다. 항상 새롭다. 하늘 아래 살아 움직이는 헌것은 없다. 모두가 매일매일 새로워지며 새것으로 있을 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항상 새로워지고 있다. 새로워지지 않으면 죽은 거다. 작은 씨앗이 싹이 되고, 그 싹이 줄기가 되고, 그 줄기가 다시 잎을 내고 꽃을 낸다. 그 꽃은 과실이 되고, 그 과실이 갈라지거나 먹혀 다시 씨앗을 온 곳에 뿌린다. 뿌려진 씨앗은 다시 싹을 낸다. 이렇게 작은 씨앗은 쉼 없이 변한다. 죽은 듯 보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 역동한다. 그것이 있다는 것의 운명이다. 항상 새롭게 자신을 드러낸다. 조금의 멈춤도 없이 말이다. 더는 새로움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죽은 거다. 더는 새것 없이 헌것만으로 된 생명, 더는 새로워지지 않는 세포로만 생명은 없다. 이미 죽은 거다.      


어제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다. 어제의 태양은 지금 여기 우리와 더불어 있을 수 없다. 어제의 태양일 뿐 지금의 태양이 아니기에 말이다. 지금의 태양만이 지금 우리 모두를 품어 살린다. 태양은 자기를 태워 빛을 내고 우리 모두를 품어 살리고는 과거로 사라진다. 매번. 어제의 태양이 되어 사라지고 지금의 태양으로 새로워진다. 그렇게 우리가 매번 더불어 있어야 하는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닌 지금의 태양이다. 어제의 태양을 향해 빛과 따스함을 청한다 해도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어제의 태양은 이제 없기 때문이다. 있지 않은 어제의 태양을 신으로 모시고 살아선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송장을 부여잡고 살아선 안 된다.      


나도 매 순간 변한다. 어제와 나는 다르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역시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는 것의 ‘운명’이고 또 ‘의무’다. 어제의 나에 사로잡혀 살지 마라. 지금의 나로 살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지금 여기 살아 역동하는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다. 어제의 내가 되어 어제의 태양을 향해 기도하며 과거에 머물지 마라. 변화를 거부하며 과거 속에 살지 마라.      


그 과거의 틀을 부수도 나와 지금 여기, 지금 저 태양과 더불어 지금 여기 벗과 더불어, 지금 여기 나와 더불어 지금 여기 나로 살아야 한다. 태양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 위해 매번 자신을 태우며 우리와 더불어 있는 게 아니다. 그것에 태양으로 살아가는 태양의 길이다. 더불어 삶아감이 태양과 우리에게 운명이며 의무다. 그 운명에 따라 의무를 다할 뿐이다. 어제의 태양을 신으로 모시고 어제의 나에 사로잡혀 지금을 살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운명과 나의 의무에 대한 부정이다.      


‘철학’이든 ‘신학’이든 과거 유명한 철학자와 신학자의 말, 그 어제의 태양을 신으로 모시며 살지 마라. 그들의 그 답은 지금 너무나 아프고 힘든 너, 우울과 불안으로 힘든 너를 모른다. 그저 자신이 살던 시기 자신에게 찾아온 고난에 최선을 다했거나, 그 시절 글 속에서 글을 적어갔을 뿐이다. 종교인, 정치인, 부모 등등 이 모두에게 답을 구하며 그 답에 따라 살지 마라. 그 모두가 지금 너와 더불어 너를 가장 잘 아는 너의 답을 만들 이들이 아니다. 너의 고난을 너무나 잘 안다고 하는 이들을 믿지 마라. 어제의 태양이 너를 하루종일 내려 봤지만, 너의 안에 썩어가는 우울과 불안 그리고 괴로움의 눈물은 보지 못하고 살아졌다. 어제 태양의 최선은 어쩔 수 없는 그 정도다.      


어린 새가 어미의 둥지를 떠나 그의 길 가듯이,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듯, 새로워져라. 어미의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어린 새가 되지 말자. 썩어들어가는 허물에 다시 돌아가 살려는 뱀이 되지 말자. 그 길은 죽음의 길이다. 죽어가는 길이지 살려는 길이 아니다.     


새로워지는 태양을 벗 삼아 태양과 함께 매일 새로워지며 삶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가는 자연의 모든 생명과 같이 그렇게 태양을 벗어 삼아 매일 새로워지자. 치열하게 새로움을 향하여 지금 나를 부정하고 새로워지고 부정하고 새로워지며, 어느 순간의 나에게도 안주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유지승 씀


바다에서 사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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