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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30. 2023

나와 너를 위한 토마스복음(도마복음) 읽기 5

5. 익숙함에서 벗어나세요. 뱀이 허물을 벗듯이.     


5.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 얼굴 앞에 있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당신에게 가려진 것이 확실히 드러날 겁니다가려진 것 가운데 드러나지 않을 건 없습니다.”      


익숙함은 무섭다. 익숙함은 어느 때는 고마움으로 어느 때는 추억으로 다가와 나의 눈을 가린다. 봐야 하는 걸 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익숙함 가운데 자신에게 허락된 것을 보며 그 가운데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게 한다. 그렇게 그 익숙함이 어느 순간 나를 만들어 버린다. 나의 의지와 이성으로 지금의 내가 된 것 같지만, 사실 나에게 익숙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고마운 이들이 애정으로 한 이야기, 고마운 이들이 사실은 자기 이득을 위해 듣기 좋게 포장해 날 이용할 때 쓴 이야기, 익숙한 이들과의 사소한 농담 속 나에 관한 이야기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나를 만들어갔다. 나도 나를 그 이야기 속에서 마주하였으니 말이다. 나도 그들의 욕심 속에 도구로 나를 마주하였으니 말이다. 가해자도 가해자인지 모르고 피해자도 피해자인지 모르는 이런 이야기 속에 나는 있고자 하는 내가 아니라, 있어야 하는 나로 강요되었다. 그들의 시선에 알맞은 그런 나 말이다.      


그런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 나는 나를 만난다. 그때 나는 진리를 향한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아프고 힘들다. 나에게 익숙한 것으로부터 거리 두기에서 시작되니 말이다. 그 거리두기 이후 나는 나를 가리던 것에서 벗어나 자유가 된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나는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깨우침의 시작이다. 그것이 구원의 시작이다. 그것이 해탈의 시작이다. 내가 드디어 내가 되는 순간이니 말이다. 그렇게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을 때, 나는 너를 만날 수 있다. 나를 잃지 않고 너를 만나 우리를 이룰 수 있단 말이다.      


익숙함, 이제 벗어나자. 뱀이 허물을 벗어 버리듯. 익숙하다 하여 벗지 않으면 커지는 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뱀은 죽는다. 뱀이 허물을 벗듯, 익숙한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자.      


2023년 6월 20일

유지승 씀     


(저는 대구에서 독서 철학 교실을 운영 중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성인까지 철학책을 신나고 진지하게 읽고 싶은 분은 연락 주세요. 독서와 철학이 마음의 영양제가 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온라인으로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1대 1로 혹은 모임이 함께 하셔도 됩니다. 0i0-44i4-o262로 문의 문자 먼저 주세요.)


제주에서 딸과 함께 2023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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