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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l 01. 2023

다름이 아름다움의 조건이다.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B8

다름이 아름다움의 조건이다.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B8     


대립은 이롭고 서로 다른 것으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조화(화음)가 이루어지며모든 건 다툼에서 생깁니다.”

τὸ ἀντίξουν συμφέρον καὶ ἐκ τν διαφερόντων καλλίστην ρμονίαν καὶ πάντα κατ’ ἔριν γίνεσθαι

: Aristoteles, Ethica Nicomachea, VIII, 1, 1155b4     


읽다:     

나와 다름이 틀림은 아니다. 그냥 나와 다를 뿐이다. 나와 다르다고 미워할 필요도 나와 같게 만들 필요도 없다. 당연히 무시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나와 다를 뿐이기에 말이다. 그냥 나는 나로 있고 그는 그로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종교와 나와 다른 문화 그리고 나와 다른 삶, 이 모두가 있는 그대로 그다. 나와 다른 그다. 그는 나와 다를 때 그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와 다른 내가 나다. 그와 다른 나의 종교, 문화 그리고 삶이 바로 나란 말이다. 그와 나 사이 다름이 사라진다면, 그도 나도 사라진다. 그도 그가 아니고, 나도 내가 아니다.      


서로 음(音)들이 모여 음악(音樂)이 된다. 서로 다른 음들이 모여 화음(和音)이 된다. 서로 다름이 더불어 어울려 아름다움이 된다. 오직 하나의 음만 크고 유일한 것은 아름답지 않다. 음악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서로 다름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최선을 유지할 때, 서로 다름이 다름의 자리에서 긍정될 때, 아름다워진다는 말이다. 그때 서로 다른 여럿이 아름다워진다. 너는 너로 나는 나로 서로 어울려 서로의 다름을 긍정하고 있을 때, 아름다워진단 말이다.      


헬라스 말로 우주는 ‘κόσμος(코스모스)’다. 이 말은 ‘질서’라는 말이다. 우주란 그냥 있는 전체가 아니라, 조화롭고 질서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음악이다. 서로 다름이 화음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음악 말이다. 도가 도의 자리에서 미는 미의 자리에서 솔은 솔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룰 때 음악이 된다. 그와 같이 우주도 나는 나의 자리에서 태양은 태양의 자리에서 달은 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룰 때 우주가 된다. 결국 우주란 다름으로 아름답다.     

 

다름이 모인 곳에 서로 다름이 서로를 만나 다투게 된다. 그 다툼은 죽자는 다툼이 아니라 살자는 다툼이다. 네가 아닌 나로 있으려는 다툼이고, 내가 아닌 너로 있으려는 다툼이다. 그 다툼으로 서로 다른 다름이 다름으로 만나 새로움을 잉태한다. '남'과 '여'가 만난다. '남'이 '여'가 되지 않고 '여'가 '남'이 되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으로 있으며 가장 '남'답고 가장 '여'다울 때 새로운 생명이 잉태된다. 그렇게 우주는 서로 다름이 조화 가운데 다투고 그 다툼으로 조화를 유지하고 그 가운데 새로움을 잉태한다. 결국 다름이 아름다움의 근거이고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다.      


나와 다른 너, 너와 다른 나, 결국 서로 다름으로 우린 참으로 귀한 벗이다.


유지승 씀

2023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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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2022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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