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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l 02. 2023

나와 너를 위한 토마스복음(도마복음) 읽기 6

형식에 숨지 말자. 거룩해 보여도 욕심은 욕심일 뿐이니.

6. 형식에 숨지 말자. 거룩해 보여도 욕심은 욕심일 뿐이니.     


6. 그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이 물었다. “우리는 금식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우린 어떻게 기도해야 하고어떻게 자선을 베풀어야 하는지요또 우리는 먹을 것도 가려서 먹어야 하는지요?” 

예수가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당신이 싫어하는 건 하지 마세요모든 게 하늘 앞에서 다 드러나게 됩니다가린 것 가운데 벗겨지지 않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형식 속에서 구원을 얻어 천국에 가려 한다. 그렇게 종교는 형식이 되어 버렸다. 마치 정해진 곳에서 표를 사고, 천국 가는 기차를 기다리다, 천국 가는 것과 같이 하나의 형식 속에서 움직인다. 정해진 시간 종교 의례에 참석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 금식해야 하고, 정해진 때에 기도해야 하고, 정해진 방식으로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 정해진 자리에서 경전을 읽어야 하는 이는 경전을 읽어야 하고 의례에 봉사하는 이는 의례에 봉사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참으로 그 형식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얻으니 말이다. 구원을 찾고 천국에 가니 말이다. 천국행 열차표를 사도 천국 열차를 제대로 타기 위해선 역무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표를 사도 제대로 열차를 타지 못하거나 탄다 해도 앉아 갈 수 없다. 그러니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정해진 형식 속에서 그 형식을 유지하는 이의 지휘를 잘 따라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종교인의 말을 따른다. 싫어도 하라는 걸 해야 한다. 천국에 가고 싶어서. 그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종교라는 형식 속, 천국에 가려는 욕심, 그 욕심은 참 거룩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거룩해 보여도 욕심은 욕심이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말라 한다. 형식 속에 머물지 말라 한다. 형식 속 자선이 자선인가? 그것이 선행인가? 명령에 따른 금식이 무슨 의미인가? 거짓말하지 말라 한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능동적으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를 극복하는 게 종교다. 형식에 숨어 있다고 그 욕심이 가려지지 않는다. 욕심은 욕심이니 말이다.      


형식은 참 편하게 한다. 애써 궁리할 필요 없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그만이다. 그 형식 속에 생각 없이 밀리면 밀리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조용히 하면 그만이다. 형식 속 종교는 사실 참 쉽다. 지금 여기 나를 어찌 극복해 신에게 나아갈지, 지금 여기 나의 아집을 어찌 초월해 너에게 다가가 고난 속 너와 더불어 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복지 관련 헌금을 내면 그만이다. 그 형식에 머물면 그만이다. 자기 아집을 초월해 너에게 다가가지 않는 선행이 선행인가? 천국 가기 위한 형식 속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선행인가? 결국 아집을 초월함이 아니라, 더욱 단단해진 아집 속에 머무는 거 아닌가? 자기 자신도 착한 사람이라 속이며 말이다. 


아무리 고상하고 거룩해 보여도 결국 형식 속 종교는 욕심이다. 하늘에서 보면 다 드러나 보이는 욕심이다. 그 욕심, 그 형식, 이 모두의 밖으로 나아갈 때,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린 정말 제대로 내가 되고 정말 제대로 내가 될 때, 나는 너를 만나 우리로 더불어 있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바로 더불어 있음의 자리, 바로 그 자리에 신의 자리가 아닐까. 명령에 따라 형식 속에서 찾아가는 자리가 아닌 아집을 벗은 우리의 자리, 바로 그 자리 말이다.      


형식에 숨지 말자. 거룩해 보여도 욕심은 욕심일 뿐이니.


유지승 씀


2023년 제주에서 사진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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