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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l 17. 2023

나만이 홀로 웃지 않는 세상, 더불어 적당히 웃는 세상

 야고보의 편지, 더불어 읽기

나만이 홀로 웃지 않는 세상더불어 적당히 웃는 세상그 세상을 기다린다.     


1장 


3. 당신의 믿음(πίστεως)’을 입증해야 함(δοκίμιον)’이 참고 기다림(ὑπομονήν)’을 행하게 하는 것(κατεργάζεται)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γινώσκοντες ὅτι τὸ δοκίμιον ὑμῶν τῆς πίστεως κατεργάζεται ὑπομονήν.)

(기노스콘테스 호티 토 도키미온 휘몬 테스 피스테오스 카테르가즈데타이 휘포모넨)     


믿음을 입증하는 건 참고 기다리는 거다. 더 정확하게는 그것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거다. 참고 기다리지 않으면 마음대로 하게 되어 있다. 인내 없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한다. 참고 기다린다는 건 마음대로 하지 않는다는 거다. 정말 제대로 생각하게 되면 나만 보이지 않는다. 나만 보이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 그냥 욕심을 내는 거다. 욕심을 내면 나만 보인다. 나의 욕심만 보인다. 나의 욕심만 보이면 마음대로 생각한다.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말 제대로 생각하면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함께 본다. 나의 욕심만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좋음도 함께 본다. 그러면 기다리게 된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더불어 좋을 것인지 말이다.      


천국이 어떤 곳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천국은 모두 더불어 웃는 세상이다. 힘든 이의 옆에 함께 짐 들어주는 이웃이 있고, 아픈 이의 옆에 함께 치료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이웃이 있는 그런 세상, 기쁨을 더불어 기뻐하기보다 아픔과 괴로움을 더불어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서로에게 응원이 되고 희망이 되는 그런 세상, 나는 천국이 그런 세상이라 생각한다. 꼭 죽어서 가는 세상이 아니라, 어쩌면 그 세상은 지금 여기 살아서 이루어야 하는 것이고, 그 세상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게 믿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남들이 바보라고 해도 그런 세상을 이 세상에 이루어내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믿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 믿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이 땅에 이루겠다는 그 믿음은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절대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 행동해야 한다. 그냥 행동하는 게 아니고, 깊이 궁리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나뿐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위해 말이다. 나만의 기쁨은 미루고 미루며 모두의 행복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      


나는 이런 것이 일상 속 작은 기적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쉽게 오직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위해 살아가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다. 그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 아닌 누군가와 함께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작은 기적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린 중용을 지키기 참 어렵다. 나만 좋고 남은 안 좋은 것이 나의 성공으로 보이는 게 자본주의 사회다.      


진짜 좋은 세상은 중용의 세상이다. 나만 웃고 남은 우는 세상이 아니라, 나도 적당히 웃고 남도 적당히 웃는 세상이 중용의 세상이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살아가면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선 나만이 웃고자 한다. 남의 웃음은 신경 쓰지도 않고 오히려 남의 울음이 앞 나의 웃음이 나의 성공이고 승리 같아 즐긴다. 그런데 믿음은 기다리고 생각한다. 나만 웃고 남은 우는 세상이 아니라, 나도 적당히 웃고 남도 적당히 웃는 세상을 위해 어찌해야 할지 궁리하고 궁리하며 기다린다. 나도 남과 더불어 적당히 웃기 위해 기다리며 궁리하고 있는가? 그저 나만의 좋음을 위해 별생각 없이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한번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본다. 


유대칠 옮기고 씀



김광석 거리에서 사진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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