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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12. 2024

깨우쳤다면 그 깨우침의 증거가 되는 삶을 살라!

유대칠의 불교 공부

깨우쳤다면 그 깨우침의 증거가 되는 삶을 살라     


“힘들게 겨우 얻은 것을 또 어찌 저들에게 알릴 것인가.

아! 탐욕과 분노로 사는 이들에게 이 법을 어찌 알리리!

세상의 상식을 뒤엎은 것이 그리도 깊고 미묘하니 어찌 알리리!

격정에 묶이고 무명(無明)에 빠진 이는 어찌 이 법(法)을 깨우칠까.”

(『相應部經典』 6:1 勸請)     


싯다르타의 깨우침은 그저 주어진 게 아니다. 힘들고 힘든 궁리의 끝에 얻어진 거다. 그렇게 깨우치고 이제 홀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어찌 제대로 된 깨우침일까. 여전히 자기 하나의 아집(我執)에서 벗어나지 못한 깨우침이니 말이다. 그러니 싯다르타는 깨우친 이후 다시 고민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고민이 아니다. 자기 이득을 위한 고민이 아니다. “어찌 저들에게 알릴 것인가!” 바로 이걸 두고 고민한 거다. 아직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 욕심이 만든 괴로움에 아파하는 이들을 보며, “어찌 저들에게 이 깨우침을 알릴 것인가!” 이걸 두고 고민한 거다. 자기 아집이 사라진 자리, 그 고민마저 보리심(菩提心)을 드러낸다. 깨우침을 얻고 그 깨우침에 따라 중생에게 다가가 괴로움에서 해탈케 하려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낸다. 깨우쳤다 하여 깨우치지 못한 이를 무시한다면, 그 깨우침이 제대로 된 깨우침이겠는가. 여전히 자기 아집에 사로잡힌 이의 아둔한 거짓 깨우침에 지나지 않을 거다.      


『장아함경(長阿含經)』의 「중집경(衆集經)」에 따르면, 우리의 악행(惡行)은 셋이다. 우리 몸으로 저지르는 ‘몸(身)의 악행’, 말로 저지르는 ‘입(口)의 악행’, 생각으로 저지르는 ‘생각(意)의 악행’이 그것이다. 스스로 깨우쳤다고 여기면서 이제 자기는 괴로움에서 벗어났다고 여기면서 다른 이의 괴로움에 고개 돌리고 그저 유유자적(悠悠自適) 하늘만 보고 살아가는 이도 ‘몸의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직 깨우치지 못한 우둔한 사람이라며 조롱하는 사람은 ‘입의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거기에 부끄러움도 모르고 아집 가득한 거짓 깨우침으로 그런 삶을 살고 그런 말을 하는 건 그 생각이 이미 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각의 악행’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무명(無明)의 세상, 있는 그대로의 실상(實相)을 깨우치지 못하고 자기 욕망으로 살아가는 세상, 그 욕망 앞에 불안하고 두렵고 괴로운 사람들의 세상, 그런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깨우친 이는 그 깨우침을 나누기 위해 궁리하고 궁리해야 한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고 사라진다. 결국 이 세상 어떤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있지만 비어 있는 게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다. 그러니 집착으로 이루어진 행복은 괴로움이 되어 돌아오게 되어 있다. 곧 사라져 버릴 것에 희망을 건 슬픈 행복이니 말이다. 그러니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욕심을 도려내야 한다. 도려내고 도려내야 덜 괴롭다. 남보다 더 거룩한 이가 되려는 욕심, 영원한 이가 되려는 욕심, 남보다 더 많은 걸 소유하려는 욕심, 모두 다 도려내야 한다. 참 좋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삶에 독과 같으니 도려내고 도려내야 한다. 우리가 그리도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것도 우리가 그리도 치열하게 싸우며 소유하려 하는 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것을 이루고 소유하려는 우리 자신도 아무것도 아니다. 이걸 깨우쳐야 한다. 그리고 이걸 깨우친 이는 이 깨우침을 따라 궁리하며 살아야 한다. 그 삶의 향기가 무명으로 괴로운 이의 삶에 약이 되어 다가갈 수 있게 말이다. 이제 깨우친 이는 “탐욕과 분노로 사는 이들에게” 너무나 괴로운 이에게 깨우침의 증거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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