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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21. 2024

고구(苦具): 괴로움의 이유

유대칠의 낱말

고구(苦具)

: 괴로움의 이유     


괴로움엔 이유가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태어나 늙어가고 병들어 죽는 게 다 괴로운 일이다. 어느 하나 쉽지 않다. 어느 하나 내 욕심대로 되는 게 없다. 어디 그뿐인가? ‘애별리고(愛別離苦)’, 가까운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 헤어지지 않는 만남은 없다. 모든 만남은 그 끝이 있다. 그리고 그 끝은 참 괴롭다. 부모와도 헤어져야 하고 친구와도 헤어져야 한다. 그렇게 귀한 모든 게 사실 영원하지 않다. 괴롭지만 다 그 끝이 있다. ‘원증회고(怨憎會苦)’, 싫은 이를 계속 봐야 하는 괴로움이 있다.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좋은 걸 그것도 욕심대로 되지 않아 계속 보아야 한다. 그러니 괴롭다. 부모도 형제자매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웃으며 만나지만, 다들 자기 욕심으로 만날 때, 그 만남도 그냥 괴로움이다. 싫은 이를 보아야 하는 건 참 힘든 괴로움이다. ‘구부득고(求不得苦)’, 가지고 싶은 걸 가지지 못한 괴로움이 있다. 더 큰 집을 가지고 싶고,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싶고, 더 화려한 옷을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할 때 괴롭다. 더 부유하고 더 아름다운 배우자를 원하기도 하고 더 공부 잘하는 자녀를 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으니 괴롭다. ‘오음성고(五陰盛苦)’, 오음(五陰)이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즉 오온(五蘊)을 가리킨다. 결국 이건 ‘육체’와 ‘정신’, 몸과 마음이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욕심은 너무 많이 쉼 없이 오는 데서 오는 괴로움이다. 값비싸고 화려한 것에 관한 욕심, 더 나은 이성(異性)에 대한 욕심, 이런 욕심을 해결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이다. 참 괴로움의 이유는 다양하다. 참 다양한 욕심들이 있고 그 욕심들이 있고 그 욕심으로 우린 항상 괴롭다.     


고구(苦具)라는 말이 있다. 괴로움(苦)을 생기게 하는 원인을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 그 모든 게 고구, 즉 괴로움의 이유다. 이 많은 욕심이 모두 괴로움의 이유다. 이유를 없애면 괴로움은 자연히 사라진다. 열반에 이르겠다는 욕심도 고구다. 이르겠다는 욕심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에선 괴로울 테니, 열반도 결국 고구의 하나다. 신을 만나겠다는 욕심으로 살아가며 신을 만나지 못해 힘겨워하고 화를 내는 것도 결국 괴로움이다. 즉 신을 만나겠다는 욕심도 고구란 말이다. 그런 욕심마저 모두 비울 때 열반에 이르게 된다. 열반이란 그렇게 비워지는 거다. 열반을 이루겠다는 욕심마저도 말이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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