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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30. 2024

관조(觀照):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보자.

유대칠의 낱말 

관조(觀照)

: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보자.      


이웃과 잘 지내라고 하고, 부모와 잘 지내라고 하고, 형제자매 사이 잘 지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우린 우리 자신, 바로 나 자신을 만나지 못할 때가 많다. 남들의 시선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만, 그런저런 시선의 강요 밖에 존재하는 온전한 나를 만나지 못할 때가 많다. 아예 신경을 쓰지도 않을 때도 많다.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이웃 등등의 보이지 않는 시선에 마치 나란 존재가 자발적으로 지금 이 괴로운 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길이 나에게 괴로움의 시작일 때도 많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며 이렇게 살라 하지만 사실 그들의 그 시선이 나를 이 길로 몰아세운 경우가 많단 말이다. 이리 살다가 보니, 나는 막상 내가 무엇으로 있고자 하는지, 내가 어찌 살고자 하는지, 다른 이들의 시선 없이 온전한 나의 소리를 듣지 못했고, 나조차 만나지 못하는 나의 외로움을 품어주지 못했다. 나는 나도 모르고 나도 만나지 못한 존재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한없는 우울 속에서 말이다.     


관조(觀照)라는 말이 있다. 지혜(知慧), 즉 반야(般若)가 마치 거울과 같이 사물과 그 이치를 비추어 받아들여 환히 아는 거다. 있는 그대로의 사물과 그 이치를 아는 거다. 그 지혜로 나를 비추어 나의 있음 그대로를 비추어 보면, 나는 어떤 존재일까? 다른 이의 시선에 나조차 만나지 못하고 홀로 위로운 그 우울의 감옥에서 아파하는 슬픈 무엇은 아닐까. 그러니 무엇을 해도 외로운 게 아닐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조차 품지 못하고 남의 시선에, 그 시선 가운데 내 욕심을 풀어내며 남이 원하는 남보다 앞서는 사람으로 살고자, 오직 그것 하나 품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나는 있지만 나는 이제까지 줄곧 없었으니 말이다.     


가만히 나를 만나야겠다. 그 깊은 외로움에 아파하는 나를 만나야겠다. 그리고 서로를 품으며 더는 아프고 외로운 괴로움에 아파하지 말아야겠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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