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대칠 자까 Feb 10. 2024

당고(當苦): 착각은 괴로움의 시작이다.

유대칠의 낱말

당고(當苦)

: 착각은 괴로움의 시작이다.      


착각은 괴로움을 피할 수 없다. 착각은 괴로움의 시작이다. 사랑하지 않는 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그렇게 영원한 사랑을 꿈꾸면 그 착각은 괴로움으로 이어진다. 피할 수 없다. 시작하지 않은 사랑이라 처음부터 없던 사랑임을 알게 될 것이고, 당연히 지금 역시 사랑이 아님도 알게 될 거다. 괴로움을 피할 수 없다. 지난 시간, 사랑이라 믿으며 살아온 과거의 시간이 그대로 죽어버렸으니 괴롭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라 웃으며 시작한 착각이지만 어쩌면 괴로움을 시작임을 알게 되면 어느 한순간도 온전히 그 순간인 적 없는 거짓의 시간이었음을 아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서서히 하나하나 더 선명히 그 거짓이 고개를 들고 자신을 조롱할 거다. 착각은 죽음에 이르는 괴로움의 시작이지만, 힘들게 시작하지 않는다. 기쁘게 시작한다. 그런데 그 기쁨 역시 온전히 거짓이었다. 괴로움 가운데 앉아 혼자 웃고 기뻐하며 광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자기를 돌아본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 괴롭다. 자신이 아는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순간이니 말이다.      


서로 사랑한다면, 소소하지만 알찬 행복의 시간을 살 것이란 것도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짓이었단 말이다. 사랑이란 대전제가 처음부터 착각이었으니 말이다. 우리 삶엔 이런 착각이 많다. 돈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란 착각, 권력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란 착각, 자기는 생각보다 남보다 더 착하다는 착각, 누군가는 너무 나쁜 사람이란 착각, 항상 이런 다양한 착각이 나를 어딘가에 미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착각 속에서 흐르지 못하고 고인 물이 썩어 죽은 물이 되듯이 그 영혼도 죽어간다. 괴로움을 치할 수 없다.      


당고(當苦)라는 말이 있다. 한자 그래도 ‘당연한 괴로움’이다. 피할 수 없이 만나게 되는 괴로움을 말한다. 착각이란 시작은 괴로움이란 결말로 이어져간다. 착각으로 살아가는 이에게 괴로움은 당연한 일이다. 피할 수 없는 당연함이다. 착각하지 말고 살자. 욕심으로 만들어진 착각, 욕심을 버림으로 버리고 살자. 사랑이 아닌 걸 사랑이라 믿은 욕심, 돈이 행복이 될 수 없음을 돈이 행복이라 믿은 욕심, 자신은 남보다 더 착하다는 자만 가득한 욕심, 이런 욕심은 우리는 착각하게 만든다. 없는 사랑을 사랑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없는 행복을 행복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없는 착함은 착함으로 만든다. 결국 없는 것을 있게 만든 이 모든 게 착각이다. 이 모든 착각이 결국 괴로움의 시작이다.      


남이 나에게 이런저런 존재이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자. 그러면 그가 날 사랑하거나 미워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 밖 어떤 무엇이 혹은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욕심도 버리자, 그 욕심을 버릴 때 우린 그 무엇 혹은 누구에게 흔들리며 거짓의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내가 무슨 착각을 하며 사는지 돌아보고 돌아보자. 지금 내 욕심이 세상을 얼마나 거짓으로 만드는지 돌아보고 돌아보자. 


유대칠 씀


[대구에서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고전 독서와 철학 그리고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삶에 녹아드는 독서와 철학 그리고 글쓰기를 더불어 누리고자 한다면,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자 한다면, 연락 주셔요. oio-4231-o266로 꼭 문자를 먼저 주셔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조(觀照):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