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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an 31. 2024

한강의 '회복기의 노래' 읽기

유대칠의 시 읽기

회복기의 노래

한 강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유대칠의 어설픈 주관적 감상문     


이제까지도 나에게 살아가는 일은 항상 의문이었다. 그래도 지난 일이기에 이제 뒤로 두고 다시 생각해 본다.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라고 말이다.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봐야겠는데, 보기 위해선 볼 눈에 있어야겠는데, 눈은 있지만 볼 수가 있다. 보고는 심지만 볼 수가 없다. 내 삶을 보려 제법 진지하게 “물으며 누워있을 때”, 그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너무 강한 빛은 오히려 어둠이다. 어둠과 다를 바가 없다. 눈을 감아야 하니까. 눈을 감아야만 하니까. 겨우 할 수 있는 건, 감은 눈으로 보이는 무력한 나란 존재뿐이다. 나는 내 삶도 어둠으로 둔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그 무지(無知)가 내 자유의 근거이고 내 용기의 이유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을 감고 있”는 것뿐이다. 그것도 “가만히.” 하지만 사실 가만히 나는 내 무지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 무지는 내 존재의 불안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내 존재가 지고 살아야 할 무거운 내 존재의 짐이다. 산 동안 피할 수 없는 내 존재의 짐이다.


그렇게 나는 무지를 확인하며 다시 내 존재의 불안한 현실 속에서 용기 내어 자유롭게 내 길을 산다. 그게 어쩌면 내 회복기의 일이다.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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