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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l 07. 2024

'나'는 '너의 누구'다.

유대칠의 더불어 있음의 철학

는 너의 누구!     


나를 아는 것은 나지만또 나를 아는 것은 남이다남이 나를 어떻게 보나 그것을 알아야 참으로 나를 안 것이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서울: 한길사, 2002(선집 제1판 제16쇄)), 116쪽.    

 

‘나’를 아는 건 ‘나’다. 어떻게 내가 ‘나’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온전한 내가 아니다. “네가 날 어떻게 알아!” 소리칠 수 있지만,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너’에게 비친 ‘나’도 참된 ‘나’다. 내가 ‘무엇’인지 안다. 나는 사람이다. 생물학적으로 이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무엇임으로 살기보다 ‘누구’로 산다. 너에게 비친 나는 ‘나의 누구임’을 ‘나’에게 드러낸다. ‘나’에게 비추어준다. 나 아닌 너에게 비친 나, 나의 누구임을 보며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나는 나를 알지만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네가 있어야 한단 말이다. 너는 나란 존재의 거울과 같다. 수많은 너희들과의 인연 속에서 나는 나의 누구임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누구임이 나에겐 정말 살아있는 나의 실체적 본질이다. 내가 생물학적으로 사람이란 사실보다 더 진실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건 내가 너에게 ‘누구’란 사실이란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항상 생각한다. 명상할 때도 명상해야지 생각한다. 생각하는 나의 존재를 의심할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은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굳이 남을 생각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생각하면 생각하는 것도 생각되는 것도 나일뿐이니 나 아닌 모든 것 없어져도 나는 스스로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영양학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주어져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나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있는 나, 철저한 ‘홀로 있음’으로 있는 나는 지금의 나는 아니다. 그 누구의 누구도 아닌 나는 지금의 나와 완전히 다른 그 무엇이다.      


지금 여기 나는 더불어 산다. 나는 생각하지만, 내 생각엔 항상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것이 더불어 있다. 꽃을 바라보는 나는 꽃을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만 두고 있진 않다. 꽃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나는 꽃을 볼 수 없다. 꽃도 자기 존재를 적극적으로 매우 능동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나는 그런 꽃을 수동적으로 보며 능동적으로 아름답다고 판단한다. 서로에게 능동이며 수동인 관계가 참 더불어 있음이다. 나에게 생각의 대상으로 있지만, 동시에 그 대상은 스스로 자기를 주체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 드러내 보임으로 나는 수동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나는 여기 홀로 있는 것 같지만, 더불어 살아가며 더불어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능동이며 수동으로 있으며 말이다. 꽃을 가능하게 하는 흙이 없고 물이 없고 바람과 햇빛이 없다면, 꽃은 꽃이겠는가. 아니다.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의 자기 내어줌을 수용함으로 능동적으로 꽃은 꽃으로 있을 수 있다. 꽃은 또 자기 자신을 때가 되면 거름으로 내어주며 흙이 되고 또 다른 식물의 영양분이 되어 죽어 사라져 또 부활한다. 이게 자연이다. 사람 역시 이러한 더불어 있음의 장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더불어 서로에게 능동이며 수동으로 산다. 능동적으로 나를 보이지만, 또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비친 나를 보며 수동적으로 영향받는다. 그렇게 나는 더불어 산다. 나와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능동이며 수동인 존재의 누구로 말이다.      



포항에서 사진 유대칠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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